현대차 친환경 브랜드 아이오닉이 계륵이 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에선 니로에 밀리고, 전기차에선 코나에 치여서다. 야심차게 준비한 친환경 브랜드와 플랫폼이지만 회사 내부에서도 거의 찬밥 신세다. 반전의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현대차 친환경 브랜드 아이오닉의 제품 라인업. / 현대차 제공
현대차 친환경 브랜드 아이오닉의 제품 라인업. / 현대차 제공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하이브리드(HEV) 등 다채로운 친환경 동력계로 구성된 아이오닉은 2017년 1만2399대가 국내에서 소화됐다. 세부적으로는 HEV와 PHEV는 4467대, EV는 7932대를 기록했다.

HEV 제품군의 경우 동일 동력계와 플랫폼을 사용하는 니로 하이브리드에 완벽히 밀린 형국이다. 니로는 기아차의 친환경 SUV 제품군으로, HEV와 PHEV 등으로 구성됐다. 니로는 2017년 국내에서 2만3647대가 핀매됐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아이오닉 HEV와 PHEV에 비해 5배가 넘는 인기를 끈 셈이다. SUV라는 공간 실용성에 기아차 특유의 하체 감각 등이 해치백 스타일의 아이오닉에 비해 월등했던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다만 니로는 아직까지 전기차가 없어 EV 시장에서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두각을 나타냈다. 신형 EV라는 점에 EV 시장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인기의 흐름을 제대로 탔다. 여기에 강력한 라이벌인 쉐보레 볼트 EV는 수입 물량이 제한돼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다소 반사이익을 얻었다. 7932대라는 숫자는 국내 전기차 중 연간 판매로 가장 높은 수치였으며, 출고만 원활했다면 1만대 달성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아차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 기아차 제공
기아차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 기아차 제공
그러나 2018년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소형 SUV 코나에 추가되는 EV인 코나 일렉트릭 탓에 완전히 뒤로 밀린 모양새다. 더욱이 코나 일렉트릭은 아이오닉이 범접하기 힘든 장점을 갖고 있는데, 바로 주행거리다. EV 분야에서 소비자 불편을 덜어주는 주행거리의 증대는 모든 EV가 지향하는 것으로, 코나 일렉트릭은 개발 초기부터 장거리 운행을 염두에 뒀다. 실제 코나 일렉트릭에는 1회 충전으로 390㎞ 이상을 달리는 64㎾급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보다 성능을 줄인 '도심형'도 39.2㎾ 배터리에 한번 충전으로 240㎞ 이상을 달린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회 충전으로 200㎞ 정도를 달리는 2018년형을 새로 내놨으나, 코나 일렉트릭의 실력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해치백인 아이오닉은 SUV 형태인 코나에 비해 활용성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하이브리드 제품군에 있어 니로에 밀린 아이오닉은 전기차에서도 완벽한 상위호환차를 만나게 된 셈이다.

코나 일렉트릭의 인기는 사전계약량이 입증했다. 1월 15일 계약에 돌입한지 5일도 되지 않아 1만대 계약을 넘긴 것이다. 물론 보조금의 조기 소진을 우려해 소비자가 몰린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제품 자체에도 장점은 분명하다. HEV 시장에서 확인된 니로의 인기가 EV에서 코나 일렉트릭으로 재현된 셈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기아차는 니로 EV의 사전계약을 실시했다. 코나 일렉트릭과 동일 전기동력계를 얹은 니로 EV는 비록 차 크기는 코나에 비해 약간 작지만, 역시 SUV만이 가진 장점이 확실하다. 아이오닉으로서는 버거운 상대인 코나 일렉트릭을 만난 것도 모자라 니로 EV까지 상대해야 한다.

현대차 코나(디젤 버전). / 현대차 제공
현대차 코나(디젤 버전). / 현대차 제공
일련의 흐름을 놓고 봤을 때 아이오닉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 전용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최근 현대차에서는 전용 브랜드보다는 기존 제품의 친환경 동력계를 얹는 형태로 전략이 선회해서다. 코나가 좋은 예다. 쏘나타, 그랜저 또한 기존 제품에 친환경차가 추가되는 형태고,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마찬가지다. 결국 아이오닉은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의 자구책이 없다면 브랜드 자체가 없어질 것을 우려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국산차 관계자는 "친환경 전용 브랜드를 표방하며 나섰지만 결과는 썩 좋지 못한 것이 현재 아이오닉이 처한 현실"이라며 "하이브리드 제품군에서 실용성 문제로 기아차 니로에게 밀렸고, 전기차에서 만회했으나 곧 코나 일렉트릭에 실용성과 주행거리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니로 EV의 존재도 아이오닉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계륵인 아이오닉은 브랜드 생존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