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공기관 한글(HWP) 독점을 금지시켜 주세요'라는 청원이 화제다.

현재 국내 주요 공공기관에서 표준 문서 규격으로 사용하는 HWP 파일이 시장 현실과 맞지 않고, 국민들의 불편과 불필요한 지출을 강요한다는 것이 독점 금지 청원의 골자다.

한컴의 HWP의 독점 금지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됐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한컴의 HWP의 독점 금지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됐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청원인은 국내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디플러스'의 정원혁 대표다. 사업자 등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HWP 문서만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직접 청원을 올리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청원을 통해 "정부 관련 문서는 모두 HWP로만 되어 있어 읽지도 쓸 수도 없다. 왜 특정 회사의 제품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전 국민이 그걸 사용하도록 강제화 하나"며 "HWP를 설치하는데도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걸 배우고 익히는데도 시간이 든다. 웹 페이지만으로도 충분히 자료 입력과 조회가 가능하며, PDF로도 문서는 충분히 전달이 가능하다. HWP만으로 모든 문서를 강제화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볼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고 청원 사유를 밝혔다.

HWP는 국내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글과 컴퓨터(이하 한컴)에서 만든 워드프로세서 '아래아 한글'(현재 한컴오피스 한글)의 기본 문서 규격이다. 한때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에서 앞장서서 HWP 문서를 표준으로 삼았었다.

그러나 2000년대로 들어서며 글로벌 업무 문서 표준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의 DOC 규격과 어도비(Adobe)에서 개발한 표준 전자문서 규격인 PDF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HWP 문서 규격은 국내에서만 통용될 뿐 해외 및 외국계 기업에서는 거의 사용이 불가능해 민간기업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2018년 현재도 대부분 공문서는 HWP 규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공공 기관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도 HWP로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호환성 문제는 국내 ICT 업계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지적됐었다. 뒤늦게야 한컴에서도 HWP 문서 규격을 공개한 바 있지만 다른 오피스 애플리케이션과의 호환성은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그나마 임시 뷰어(문서 보기 전용 프로그램) 수준으로, 다른 애플리케이션에서 HWP 문서의 작성과 수정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편, 해당 청원에는 3월 5일 17시 현재 8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동의하며 참여 의지를 밝혔으며, 그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청원이 등록되고 30일 내에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하고 추천하면 정부에서 직접 공식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 이번 청원이 정부의 답변을 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