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IT조선은 '제3회 커스텀 수냉PC 조립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자신이 구입한 PC를 직접 조립하는 동시에, 커스텀 수냉 시스템을 구성하는 방법을 현장에서 배워 직접 구성함으로써 '나만의 커스텀 수냉PC'를 만드는 행사입니다.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의 커스텀 수냉PC 제품들 / 최용석 기자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의 커스텀 수냉PC 제품들 / 최용석 기자
각각의 부품을 따로 사서 하나의 PC로 완성하는 '조립 PC'에 대해서는 이제 일반 소비자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반면 '수냉PC'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거나, 들어는 봤어도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커스텀 수냉PC란 대체 어떤 것인지, 특징과 장단점은 무엇인지 핵심 내용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물로 냉각시키는 '수냉PC'

일반적인 PC는 방열판과 냉각 팬을 사용해 열을 식힙니다. 팬으로 불어 넣은 공기가 방열판과 접촉해 열을 빼앗으면서 냉각이 됩니다. 이를 공냉(空冷)식 냉각이라 합니다.

여기서 열을 빼앗는 역할로 공기 대신 물, 즉 냉각수를 이용한 PC가 '수냉(水冷) PC'입니다. 물론 PC에 물을 그대로 부으면 당연히 합선으로 고장 나서 못쓰게 됩니다.

수냉PC는 밀봉된 통로 내부를 냉각수가 끊임없이 흐르면서 CPU나 그래픽카드(GPU)처럼 열이 많이 발생하는 부품의 열을 빼앗습니다. 방열판 대신 물이 새지 않는 '워터 블록'으로 열을 빼앗고, '라디에이터(열교환기)'를 통해 뜨거워진 물을 다시 식히는 과정이 계속 반복됩니다.

일반 공냉 방식보다 복잡하고 번거롭고 돈도 들지만 수냉 방식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냉각 성능과 ▲상대적으로 조용한 정숙함 때문입니다.

물은 공기에 비해 비열(어떤 물질 1g의 온도를 1℃ 높이는 데 필요한 열량)이 높습니다. 그 때문에 공기에 비해 더 많은 열을 흡수할 수 있어 냉각 성능이 훨씬 우수합니다. 자동차나 항공기 등의 엔진을 냉각하는 데 수냉식 냉각법이 널리 사용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냉식도 냉각용 팬을 더욱 빠르게 돌려 시간당 접촉하는 공기의 양을 늘리면 냉각 성능이 향상됩니다. 그러나 팬을 빠르게 돌릴수록 소음이 많이 증가하기 때문에 매우 시끄러워집니다. 수냉식도 라디에이터에 열을 배출하기 위한 팬이 달렸지만 저속으로 돌려도 효과적으로 열을 배출할 수 있어 훨씬 조용한 냉각이 가능합니다.

공냉식에 비교해 수냉식 냉각의 단점이라면 ▲별도의 부품이 들어가 부피가 크고 ▲설치하는데 좀 더 어려움이 있으며 ▲추가로 비용이 발생해 금전적인 부담이 커지는 것이 단점입니다.

◆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일체형 수냉 쿨러'의 등장

초창기 수냉PC가 쉽게 보급되지 못한 이유는 사용자가 냉각 시스템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산업용 부품들을 하나하나 모아 수로를 구성하고, 금속 덩어리를 선반 가공으로 깎아 직접 워터블록을 만드는 등 상당한 관련 지식과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다양한 제조사의 일체형 수냉 쿨러 제품들. / IT조선 DB
다양한 제조사의 일체형 수냉 쿨러 제품들. / IT조선 DB
일부 제조사가 키트 형태의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극소수에 불과한 데다, 수제작이 대부분이어서 가격이 매우 비쌌으며, 딱히 정해진 규격도 없어 자유로운 구성과 조합이 불가능했습니다. 끊임없는 '누수 문제' 역시 초보자들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었습니다. 즉 아무나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냉각 시스템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일부 제조사들은 펌프와 워터블록, 튜브, 냉각수를 하나의 완제품으로 구성한 '일체형 수냉 쿨러'를 선보였습니다. 완성품 형태로 제공되는 일체형 수냉 쿨러는 누구나 간편하게 구매해 장착만 하면 수냉식 냉각의 장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판매 중인 일체형 수냉 쿨러의 대부분은 주로 CPU만 냉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사용처가 한정되어 그래픽카드 같은 다른 부품을 함께 냉각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 필수 수냉용 부품의 규격화로 인한 '커스텀 수냉'의 탄생

한편, 냉각솔루션 제조사들은 사용자가 좀 더 자유롭게 수냉 환경을 구성할 수 있도록 수냉 시스템의 주요 구성 요소들을 각각 분리해 모듈화하고, 모든 연결 규격을 산업계 표준으로 통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 인해 PC 본체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부품을 조합해 '자신만의 수냉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는 '커스텀 수냉'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어떻게 조합하고 구성하느냐에 다양한 형태의 수냉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뿐더러 CPU뿐 아니라 그래픽카드(GPU), 메모리, 메인보드 전원부, HDD 또는 SSD 등 기존에 수냉 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려웠던 부분까지 수냉 환경을 구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커스텀 수냉 시스템에 튜닝 요소가 적용되면서 PC 튜닝의 꽃으로 떠올랐다. / 최용석 기자
커스텀 수냉 시스템에 튜닝 요소가 적용되면서 PC 튜닝의 꽃으로 떠올랐다. / 최용석 기자
이러한 커스텀 수냉 시스템에 최근에는 '튜닝' 요소가 더해졌습니다. 화려하고 멋지게 구성한 수로에 형형색색의 냉각수를 사용하고 각종 시각적인 기구에 조명효과까지 동원하는 등 수냉 시스템 그 자체를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이 요즘 추세입니다.

특히 본인이 직접 구성하는 '커스텀 수냉' 시스템의 경우 기성품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데다, 세상에 둘도 없는 단 하나뿐인 디자인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취향에도 잘 맞습니다. 커스텀 수냉PC가 PC 튜닝 분야의 꽃으로 떠오른 이유입니다.

◆ 커스텀 수냉 시스템의 구성

커스텀 수냉 시스템은 대체로 펌프, 물(냉각수), 물통, 수로(냉각수가 흐르는 통로), 피팅(fitting, 수로와 수냉용 부품을 연결해주는 배관재), 라디에이터, 워터블록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인 구성은 물통→펌프→워터블록→라디에이터→물통 순으로 순환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필요한 부분에 추가로 워터블록을 배치해 냉각 부위를 확대하거나, 2개 이상의 라디에이터를 구성해 냉각 성능을 더욱 높이는 등의 변경이 가능합니다.

각각의 수냉 부품과 부품은 피팅과 수로로 연결되어 냉각수가 흐르게 됩니다. 수로는 재질에 따라 부드러운 재질의 튜브를 사용한 '소프트 튜빙'과 아크릴관, PETG관, 동관 등 딱딱한 파이프를 사용하는 '하드 튜빙'으로 구분됩니다.

소프트 튜빙은 탄력이 있고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연질 튜브를 사용하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구성할 수 있고, 구성 후에도 물이 잘 새지 않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러나 형태를 고정하기 힘들어 상대적으로 볼품이 없는 것이 단점입니다.

제3회 IT조선 커스텀 수냉PC 조립 이벤트에서 참가자들이 직접 디자인한 커스텀 수냉 PC. 하드 튜빙 방식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수로를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최용석 기자
제3회 IT조선 커스텀 수냉PC 조립 이벤트에서 참가자들이 직접 디자인한 커스텀 수냉 PC. 하드 튜빙 방식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수로를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최용석 기자
하드 튜빙은 사용자가 일일이 수로를 디자인하고 제작해야 하며, 잘못 조립하면 누수의 위험이 있어 초보자에게 어렵습니다. 다만 사용자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수로를 꾸밀 수 있어 '커스텀 수냉'의 꽃으로 불립니다. 냉각 성능은 수로의 종류와는 큰 상관이 없습니다.

펌프는 냉각수를 전체 수냉 시스템에서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며, 물통은 여분의 냉각수가 잠시 머무는 장소입니다. 워터블록은 CPU나 GPU 등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냉각수와 직접 닿게 해 냉각하는 부품이며, 라디에이터는 뜨거워진 물의 열기를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합니다.

워터블록은 CPU와 그래픽카드용이 대표적입니다. 구리나 알루미늄 등 열을 잘 전달하는 소재를 사용해 해당 부품의 열을 물로 전달하는 장치입니다. 최근에는 메인보드 전원부, 메모리 등 다양한 워터블록이 기성품으로 출시되어 더욱 다채로운 수냉 시스템 구성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