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반도체 업계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견인한 메모리 시장 호황이 2018년 들어 한풀 꺾일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었으나, 1분기 주요 기업의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이 잇따르며 비관론을 잠재우는 모양새다.

하반기 중국의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인한 치열한 가격 경쟁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지나친 낙관론보다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 2세대 10나노급(10y) D램.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2세대 10나노급(10y) D램. / 삼성전자 제공
12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18년 1월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376억달러(40조520억원)으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22.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세계 반도체 매출은 18개월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도 최근 보고서에서 2018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규모가 2017년보다 9.5% 늘어난 4510억달러(480조4050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예측한 성장률 전망치 7%보다 2.5%포인트(p) 상향 조정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D램 가격이 작년 말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2018년 들어서도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가격은 오름세다. 특히 데이터센터에 대규모로 공급되는 서버용 D램 수요가 여전히 부족한 모습이다. 실제 골드만삭스가 3월 초 내놓은 투자보고서에 따르면 32기가바이트(GB) 서버용 D램 모듈 가격은 1월에만 5%쯤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연초 원·달러 환율 하락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매 분기 실적 신기록을 써 내려간 2017년의 흐름을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 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지난해 4분기 처음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0조9000억~1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 줄어들 전망이지만, D램이 이를 만회하고도 충분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9000억~4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4조4658억원보다는 소폭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2017년 1분기 영업이익 2조4676억원과 비교하면 1조5000억~2조원쯤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삼성전자보다 D램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D램 시장 업황에 따라 실적 전망치 변동 폭도 클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반도체 업황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속적인 설비투자 확대에 이어 중국이 메모리 시장 진입 의지를 드러내면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1월 국내 반도체 출하·재고 지수가 전년보다 11% 낮아졌는데, 이는 출하량보다 생산량이 많아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과거 국내 반도체 출하·재고 지수가 전년보다 낮아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메모리 업황 둔화가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 이후 메모리 업황의 둔화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D램의 경우 미세공정이 10나노미터(㎚, 10억분의 1m)대에서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은 만큼 공급 부족이 이른 시일 내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체 시장 규모가 지속해서 성장하는 만큼 하반기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장 주도 업체의 실적 고공행진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