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인이 장애인을 고용하면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기업 성장의 기회를 잡고, 동시에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IT조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포럼 연사로 나서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DB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IT조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포럼 연사로 나서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DB
김정호 네이버 창업자 겸 베어베터 대표는 15일 IT조선이 서울 광화문에서 주최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포럼' 조찬 행사에서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기업의 의무와 중요성을 언급한 후,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쌓아온 자신만의 경영 노하우를 공유했다.

김 대표는 1999년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함께 네이버를 설립한 창립 멤버로 2012년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인 베어베터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주요 기업 300여 곳과 제휴를 맺고 명함·달력·리플렛·노트·카드 등 제작 및 커피·쿠키·꽃 배달 등의 주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베어베터는 창업 후 7년 동안 흑자 경영을 유지했으며 매년 매출도 늘고 있다.

김 대표는 "베어베터를 설립해 운영해보니, 과거 네이버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새 시각을 갖게 됐다"며 "이 사업 시작을 계기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5000만명 인구 중 약 5%가 장애인으로 분류된다. 이중 89%는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등으로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게 된 경우다. 나머지 11%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경우다. 과거에는 전체 장애인의 90%가 선천적 장애인이었지만, 최근에는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선천적 장애 비중이 줄고 있다.

문제는 선천적 장애인 중 62%가 발달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IQ 75 이하인 지적 장애인으로 후천적 장애인과 달리 개인의 의견이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선천적 장애인의 상당수는 사회적 존재감이 미미하다. 취업이나 정상적인 사회 생활도 어려워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 역시 베어베터를 운영하면서 이 같은 문제점에 눈을 뜨게 됐다. 김 대표는 "회사가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기 어렵다면, 자회사를 만들거나 장애인이 근무하는 회사와 거래하는 방식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T조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포럼 현장 사진. / IT조선 DB
IT조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포럼 현장 사진. / IT조선 DB
김 대표는 이날 오랫동안 IT 분야 수장과 투자자로서 활동하며 얻게 된 경영·투자 노하우도 공유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동시에 엔젤 투자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투자 성공담은 화려하다. 네이버 창업 당시의 투자금 1억원은 500억원으로 불어났고, 이후 카카오와 블루홀, 퓨처스트림네트웍스, 넵튠, 케이큐브벤처스 등에도 차례로 투자해서 천억원 대의 부를 일궜다.

김 대표는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투자 결과 예측이 힘들지만, 돈이 아니라 사람을 믿고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기업의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스스로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을 가진 사람에게 투자했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진정성 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점이 나의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만들어줬다"며 "현재 블록체인 기반의 음악 서비스 및 게임 등 3~4곳에 투자했는데, 앞으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회사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