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용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맞서 액정표시장치(LCD)가 기술적 완성도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반격에 나설 모양새다. 자칫 공급 과잉으로 인해 치킨게임 양상으로까지 치달을 기세다.

매출 기준으로는 OLED의 상승세가 가파른 게 사실이지만, OLED 가격이 LCD의 두세배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하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LCD가 우세하다.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의 경우 플렉시블 OLED의 휘어지는 특성을 활용해 이렇다 할 차별화된 디자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굳이 서둘러 OLED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애플의 첫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탑재 스마트폰 ‘아이폰텐(X)’. / 애플 제공
애플의 첫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탑재 스마트폰 ‘아이폰텐(X)’. / 애플 제공
18일(현지시각) 미 IT 전문 매체 폰아레나는 현지 애널리스트의 말를 인용해 LG전자가 5월 선보일 예정인 차기 주력 스마트폰 'G7'에 원가 절감을 위해 LCD를 탑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선보인 'V30'과 최근 출시한 'V30S 씽큐'에 잇달아 OLED를 탑재했다. 하지만, OLED 가격 탓에 V30S 일부 모델 가격은 소비자 심리적 저항선인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

폰아레나는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가장 값비싼 부품 중 하나로 OLED는 LCD 가격의 두 세배에 이른다"며 "점점 더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OLED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비용이 걸림돌인 만큼 LG전자가 원가 절감을 위해 G7에는 LCD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애플도 하반기 선보일 예정인 차기 아이폰 라인업을 다변화하면서 아이폰X 후속 OLED 모델 외에 LCD 모델 종류와 비중을 높였다. 이와 함께 애플이 LCD 모델에도 M자 모양의 노치 디자인을 적용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LCD로 노치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는 추가적인 공정이 필요해 기술력에서 앞선 LG디스플레이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2018년 아이폰용 디스플레이로 최대 2억7000만장에 달하는 패널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억1000만~1억3000만장은 5.8인치 OLED, 4000만~5000만장은 6.5인치 OLED, 나머지 6000만~7000만장은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LCD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해 애플에 OLED를 독점 공급한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도 1억1000만~1억3000만장 수준의 5.8인치 OLED를 책임지고 공급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애플에 1억장의 OLED를 공급하기로 했으나, 아이폰X의 부진에 실제 공급량은 7000만대 내외에 그치면서 공장 가동률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만큼 애플과 긴밀한 협상이 필요하다.

6.5인치 OLED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와 우선 협상하고, 대안으로 LG디스플레이가 거론되는 모양새다. LG디스플레이는 재팬디스플레이와 함께 애플의 LCD 공급사로 오래 활약했다. 최근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진영으로 확산 중인 만큼 같은 디자인에 OLED보다 저렴한 노치 LCD가 구현되면 애플은 물론 중보급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도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