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유럽 내 세금 부담이 높아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유럽에 인터넷 기업 법인이 없더라도 유럽 현지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기반으로 과세할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새로운 '디지털 세금(digital tax)' 계획을 발표했다.

새로운 세제안은 유럽에서 1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 업체 중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연간 수익이 7억5000만유로(9933억9000만원) 이상이거나, 유럽에서 5000만유로 (662억2600만원)이상의 수익을 남기는 기업에 매출액의 3%의 세금 부담을 안기는 것이 골자다.

시장에선 새로운 세제안이 통과될 경우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IT 기업이 연간 유럽에 최대 50억유로(6조6226억원)의 세금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EU는 그동안 전통적인 기업의 실효 법인세는 21%인데 비해 글로벌 기업은 세금을 회피하면서 실효 법인세 9%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가 21일(현지시각) 발표한 인터넷 기업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디지털 세금’ 계획안 이미지. / EU 집행위 홈페이지 갈무리
EU 집행위가 21일(현지시각) 발표한 인터넷 기업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디지털 세금’ 계획안 이미지. / EU 집행위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EU 집행위는 미국 정부를 의식한 듯 "구글과 페이스북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미국 기업을 겨냥한 세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집행위원은 "스포티파이 등 120~150개 기업이 디지털 세금의 영향을 받을 것이며, 이 중 절반가량은 미국 기업이지만 3분의 1은 유럽 기업이다"고 말했다.

해당 디지털 세금은 EU 가입국 안에서도 논란을 빚고 있다. 디지털 세금 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EU 28개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프랑스・이탈리아・헝가리・슬로바키아 등 EU 일부 국가는 글로벌 IT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을 매기는 법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등 디지털 세금 도입에 적극적이다.

반면, 독일은 미국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디지털 세금을 부과할 경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 타격을 줄 수 있는 정책으로 보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룩셈부르크처럼 낮은 법인세율을 무기로 글로벌 IT 기업의 유럽 법인을 유치하고 있는 나라들 역시 디지털 세금 통과에 부정적이다.

레오 바라데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이번 조치는 불투명하다"며 디지털 세금 도입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EU 소속 국가 지도자들은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EU 정상회의에서 디지털 세금과 관련해 첫 번째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017년 구글이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했다며 24억유로(3조1788억48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애플・아마존・퀄컴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