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에는 어벤져스 시리즈 최신작인 '인피니티 워'가 상영된다. 영화 업계는 어벤져스 최신작이 마블 영화 최고 흥행작인 2012년작 어벤져스(15억1881만달러・1조6280억원)의 흥행 성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39년 10월 훗날 회사 이름이 될 '마블 코믹스' 만화 잡지를 내놓은 이 출판사는 현재 만화를 뛰어넘어 영화・게임・애니메이션 등 다채로운 콘텐츠로 전 세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전쟁과 함께 한 슈퍼히어로 역사의 시작, 1939년 마블 코믹스의 탄생
2018년 올해로 설립 79주년을 맞이한 마블 코믹스는 1939년 '타임리 코믹스(Timely Comics)'란 이름으로 만화 출판업을 시작했다. 회사 첫 번째 작품인 '마블 코믹스'는 당시 90만부 이상이 판매되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블 코믹스의 탄생은 1년 앞선 1938년 세상에 등장해 슈퍼히어로 역사의 첫 줄을 장식한 '슈퍼맨'의 탄생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슈퍼맨의 성공이 마블 코믹스의 자체 슈퍼히어로 제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미국 만화 업계 평가다.
참고로, 슈퍼맨이 처음 소개된 1938년 출간 만화 잡지 '액션 코믹스 #1'은 2014년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320만달러(34억원)에 낙찰됐다. 만화 잡지 한 권에 300만달러 이상의 낙찰가가 붙은 작품은 슈퍼맨이 현재로선 유일하다.
미국 출판업계는 1930년후반부터 1950년까지를 '만화책 황금기'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만화 황금기 속에서 슈퍼맨・배트맨・원더우먼 등 DC코믹스와 캡틴 아메리카・아이언맨 등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가 모두 탄생했기 때문이다.
1941년 만화가 잭 커비(Jack Kirby)가 만든 '캡틴 아메리카'는 그 해 100만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하는 등 당시 만화책의 인기가 높았다.
이런 대중의 의식은 당시 슈퍼맨・캡틴 아메리카 등의 만화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슈퍼히어로는 만화 속에서 나치 독일과 일본군을 응징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세 신화 속 영웅들의 이야기처럼 슈퍼히어로 만화는 선과 악으로 이분화된 세계를 무대로 초인적인 힘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대중들의 마음속 구세주 역할을 했다.
미국의 슈퍼히어로 만화는 사회와 대중의 심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현대적인 영웅 신화인 셈이다.
1939년 설립된 타임리 코믹스는 1951년 '아틀라스 코믹스(Atlas Comics)', 1957년 현재의 '마블 코믹스'로 이름을 바꾼다.
◆ 슈퍼히어로 집단 소재 만화의 등장
현재 우리는 다수의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대표 작품으로 '어벤져스'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어벤져스처럼 슈퍼히어로 집단이 활약하는 만화의 원조는 1960년 등장한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다.
1940년대 후반 미국 만화 업계는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슈퍼히어로의 인기 추락을 경험한다. 당시 다수의 현지 만화 출판사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호러・로맨스・SF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쏟아냈다.
이런 상황 속에 슈퍼히어로 만화 인기를 재점화 시킨 작품이 바로 DC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다. 당시 마블의 굿맨은 경쟁사 DC코믹스의 집단 슈퍼히어로 만화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의 성공을 지켜보며 마블만의 슈퍼히어로 만화 제작을 결심한다.
판타스틱 포는 우수한 지능을 가진 '미스터 판타스틱'과 모습을 감추는 능력을 가진 여성 슈퍼히어로 '인비저블 우먼', 초인적인 힘을 가진 '씽', 화염폭풍 공격이 가능한 '휴먼 토치' 등 4명의 슈퍼히어로의 활약을 그렸다.
판타스틱 포의 성공으로 만화 제작에 탄력을 받은 스탠 리는 1962년 '스파이더맨', '헐크', '토르'를, 1963년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엑스맨'을 제작했다. 1964년에는 그간 연재가 중단됐던 '캡틴 아메리카'를 부활시켰으며, 1968년에는 '실버 서퍼'를 탄생시켰다.
◆ 마블의 몰락, 디즈니의 마블 인수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마블 코믹스는 위기를 맞이한다. 이 시기 마블에서 활동하던 인기 만화가인 잭 커비와 프랭크 밀러 등이 이탈한다. 마블에서 빠져나간 만화가들은 더 자유롭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명성을 쌓아간다.
당시 마블 소속 만화가 이탈은 예견된 일이었다. 만화가들이 어렵게 만든 이야기와 세계관이 마블 코믹스에 의해 삭제되는 일이 빈번해지자 작가들이 이에 반발한 것이다.
인기 만화가들의 마블 탈출은 만화 작가가 저작권을 가지게 되는 계기로 이어진다. 과거 미국 만화 업계는 그림과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페이지당 제작비를 받는 식이었으나 1980년대 후반부터는 만화가가 직접 저작권을 소유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마블 코믹스는 사업확장 실패, TV콘텐츠 시장 활성화에 따른 만화 업계 불황, 작가들의 이탈과 독립 등 영향으로 파산 직전까지 내몰리게 된다.
마블이 20세기 폭스 등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에게 캐릭터 사용 판권을 판매한 것도 바로 이때다. '엑스맨'과 '판타스틱 포'의 슈퍼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영화에 참여하지 못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1997년 파산한 마블 엔터테인먼트 그룹은 장난감 제조사 토이비즈와 합병한 뒤인 1998년 '마블 엔터프라이즈'라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한다. 회사는 2005년 영화 자금 조달을 위해 사명을 '마블 엔터테인먼트'로 변경한다.
2009년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42억4000만달러(4조577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마블을 집어삼킨 디즈니는 마블의 영화 부문 자회사 '마블 필름'을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영화 '엑스맨'을 만든 케빈 파이기 프로듀서를 대표 자리에 앉혔다.
파이기는 2008년작 영화 '아이언맨'부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독자적인 슈퍼히어로 세계관을 만들고, 그 속에 차례차례 마블 슈퍼히어로를 끌어들이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의 연이은 영화 성공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인터넷 영화 서비스 전쟁을 염두에 둔 디즈니는 2017년 12월, 21세기 폭스 영화 부문 인수라는 초강수를 둔다.
21세기 폭스는 할리우드 6대 메이저 영화사로 손꼽히는 '20세기 폭스'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2016년 기준 영화 배급 시장 점유율로 볼 때 디즈니가 가장 높은 26%, 워너 브라더스가 두 번째로 높은 16.8%, 20세기 폭스는 12.92%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디즈니 마블 스튜디오가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향후 콘텐츠 전략을 수립하는 데 능숙하다고 분석했으며, 게임 매체 게임레이더는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처럼 실패한 슈퍼히어로를 멋지게 부활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월트디즈니는 루카스 필름을 인수해 '스타워즈' 시리즈를 부활시키고 높은 흥행수익을 거둬들인 바 있다. 그 때문에 디즈니는 영화사 20세기 폭스의 광활한 콘텐츠 자산을 활용해 명작 영화를 부활시키거나 인기 캐릭터를 이용한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20세기 폭스에는 전세계 흥행수입 27억달러(3조1191억원) 이상을 기록한 히트작 '아바타'와 '혹성탈출', '에일리언' 시리즈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SF걸작이 있다. 미국 국민 캐릭터인 '심슨 가족' 역시 20세기 폭스 소유다.
21세기 폭스 영화 부문 인수가 성사되면 2018년 10주년을 맞이한 마블 스튜디오에 새로운 창작 활력이 불어 넣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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