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원 개인정보 유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페이스북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음성통화 및 문자메시지 송·수신 명세까지 수집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논란을 더욱 키우는 형국이다.

문제의 정황은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사용자 콘텐츠 사본 아카이브 기능에서 발견됐다. 일종의 개인 자료 백업 기능으로, 이 기능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그동안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남긴 글과 댓글, 사진, 동영상 등은 물론 클릭한 광고, 로그인 및 로그아웃 시 기록되는 IP 주소 등이 나온다. 사용자 계정 및 활동 로그 관련 제법 상세한 활동 내역을 한 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 계정 설정에서 ‘내 페이스북 콘텐츠 사본 다운로드하기'를 선택하면 사용자 아카이브를 만들고 내려받을 수 있다. / IT조선DB
페이스북 계정 설정에서 ‘내 페이스북 콘텐츠 사본 다운로드하기'를 선택하면 사용자 아카이브를 만들고 내려받을 수 있다. / IT조선DB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는 사용자 지인과의 연결을 손쉽게 하기 위해 스마트폰 주소록 접근 권한을 요구한다. 문제는 주소록 접근 요청에 동의했을 뿐인데,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송·수신 관련 명세가 사용자 콘텐츠 사본 아카이브에서 발견된 것이다. 일부 사용자가 발견해 제보한 음성통화 정보만 해도 연락처 외에 통화한 날짜, 통화 시간 등이 상세하게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업계에 따르면, 이는 페이스북의 문제라기보다 엄밀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상 문제다. 구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경우 사용자가 주소록 접근 요청을 승인하면 전화, 문자메시지에도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는 안드로이드 4.1(젤리빈) 버전부터 수정됐다. 애플 iOS의 경우 아직 음성통화 및 문자메시지 송·수신 명세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메신저 등 다른 앱과의 연동을 위해 쓴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유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로이드 API 4.0 버전은 2017년 10월 사용이 중지됐기 때문에 페이스북이 이 API를 이용해 꾸준히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페이스북은 이와 관련해 주소록의 경우 사전 사용자 동의(옵트인)를 받았고, 관련 데이터는 모두 암호화된 상태로 처리된다고 해명했다. 또한, 음성통화 및 문자메시지 송·수신 명세는 수집하지 않고, 그 외 동의를 받아 수집한 데이터도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제삼자에게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주소록 외에 다른 앱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개인정보 유출이 불안한 사용자라면 페이스북 설정에서 개인정보 관련 옵션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우선 내 위치 정보가 수집되는 것이 꺼려진다면 스마트폰에서 위치 서비스를 비활성화하면 된다. 아이폰의 경우 '설정>개인정보보호' 메뉴에 들어가 위치 서비스를 앱별로 항상 켜거나 사용하는 동안만 켜기, 켜지 않기를 선택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는 페이스북 설정 내 앱 권한에서 위치 기능을 비활성화해주면 된다.

아이폰 설정 내 페이스북 영역에서 위치, 연락처, 사진 등 다른 앱 접근 허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메뉴 모습. / IT조선 DB
아이폰 설정 내 페이스북 영역에서 위치, 연락처, 사진 등 다른 앱 접근 허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메뉴 모습. / IT조선 DB
이번 사태로 페이스북 설정에서 '앱' 탭의 중요성을 재발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스북 계정으로 게임 등 다른 앱에 로그인하는 '소셜 로그인' 기능의 오남용으로 페이스북이 수집한 개인정보가 대거 외부로 유출됐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설정>앱' 탭을 선택하면 그동안 페이스북으로 로그인한 모든 앱을 확인할 수 있다. 호기심에 한 번 써본 후 잊고 있었거나 이제는 더 이상 쓰지 않는 앱이라면 이 곳에서 삭제해주는 게 좋다. '앱, 웹사이트, 플러그인' 항목에서 '플랫폼 비활성화'를 선택하면 아예 소셜 로그인 기능을 쓰지 않게 된다.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 콘텐츠를 어느 수준까지 공개할지 여부도 중요하다. '페이스북 설정>공개 범위'에서 모든 내용을 친구에게만, 또는 친구의 친구에게만 공개하도록 바꿀 수 있다. 이와 함께 친구 요청을 보낼 수 있는 사람, 친구 목록을 볼 수 있는 사람, 검색 엔진에 프로필이 표시되는지 여부, 사람들이 내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를 사용해 나를 찾을 수 있는지 여부 등도 입맛대로 손보는 게 좋다.

광고>내정보>내 카테고리’ 모습. 여기에서 광고주가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 등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사용자에게 도달하는 데 활용하는 항목을 확인할 수 있다. / IT조선DB" xtype="photo">마지막으로 '설정>광고'에 진입하면 내 관심사와 교류한 적 있는 광고주 등을 확인하고, 개인정보를 이용한 타깃 광고 기능을 해제할 수 있다. 특히 '내 정보>내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광고주가 내 어떤 개인정보에 관심이 많은지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나보다 얼마나 나를 더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중 제공을 원치 않는 개인정보는 직접 편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