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IT스타트업 리걸인사이트 정재훈 대표 변호사의 리걸톡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리걸톡은 IT관련 분야의 법률 이슈를 내용으로 월 2회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필자가 변호사로서 사건 상담을 하다 보면, 피해액수나 분쟁의 대상이 되는 금액이 얼마 되지 않아 변호사 선임 없이 사건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변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액 사건이 뭐 그리 어렵고 복잡하다고, 소액 사건도 수임료를 비싸게 받느냐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분석해서 법률 쟁점을 추려낸 다음, 관련 법리에 맞게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려면 아무리 소액 사건이고, 간단해 보이는 사건이라도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시간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최근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수임료도 많이 내려가긴 했지만, 아직은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법률서비스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는 없는 것 같다.

등록 변호사 2만명을 훌쩍 넘김 시대지만 여전히 변호사 비용 등의 문제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어떻게 하면 간단한 사건, 소액 사건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다른 서비스 산업을 보면, 각종 '~테크'라는 이름으로 기술(technology)을 활용해서 서비스 비용을 낮추고, 보다 편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가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산업에서는 금융서비스에 IT 기술을 접목한 '핀테크'가 매우 익숙한 단어가 됐고, '핀테크'라는 이름으로 결제 서비스의 혁신, 금융데이터 분석, P2P, 가상화폐 등 플랫폼 사업이 보편화되어 있다.

비단 금융산업 뿐만 아니라, 식품 관련 서비스 산업에서는 '푸드테크(food-tech)'가, 교육 관련 서비스 산업에서는 '에듀테크(edu–tech)'가 있고, 광고 산업에서는 '애드테크(ADTech)'가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이제 법률 서비스 산업에서도 '리걸테크(legal-tech)'가 보편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어떠한 기술을 접목해야 법률 서비스 비용도 낮추고, 법의 사각지대도 없애며, 보다 편리하고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도 일부 법률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서비스, 변호사 검색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회사도 있고, 최근에는 판례를 찾아주는 AI서비스를 도입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한다. 이미 다양한 방식의 리걸테크를 시도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 시도된 리걸테크 서비스에는 변호사법의 위반 여부가 항상 문제되어 왔다. 변호사법에 의하면, 변호사는 변호사 아닌 자와 동업할 수 없다(변호사법 제34조. 물론 이러한 내용은 다른 전문직 관련 법률에도 규정되어 있다). 또한 변호사가 아닌 사람은 여하한 명목의 이익을 제공받고 법률상담, 법률문서 작성이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알선해서는 안된다(변호사법 제109조) 그리고 어떠한 형태로든 변호사와 일반인을 연결시키고, 그 대가로 비용을 받는 행위는 유료 법률서비스 알선 행위로 처벌대상이 된다(변호사법 제34조 제1항 제1호, 제109조).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특정 사건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를 찾고 싶은 수요와 그러한 사건을 처리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가 유사한 사건을 수임하고 싶은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변호사를 찾는 서비스(matching service)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더라도 그 대가를 받아서는 안된다. 또한 (변호사나 변호사로 구성된 회사인 법무법인이 아닌) 사람이나 회사가 간단한 내용의 법률문서(지급명령신청서, 소장, 고소장, 각종 신청서 등)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작성하더라도 그 대가를 받아서는 안된다. 변호사법의 위 조항들이 나름의 입법취지와 배경 하에 규정된 것이고, 헌법에 반한다고도 볼 수 없어서 위 규정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현행 변호사법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국민들이 기대하는 저렴하고 질 좋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리걸테크 기업들이 나타나 간단한 사건, 소액사건의 당사자들도 법률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법의 사각지대가 점차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재훈 리걸인사이트 대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및 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습니다. 법무법인(유)태평양(2005~2011)에 재직했으며, 플로리다 대학교 SJD in Taxation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리걸인사이트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규제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조화를 고민하며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