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상단 중 일부를 비워 만든 '노치 디자인'은 애플 아이폰X(텐)에 처음 도입된 후 'M자 탈모'라는 오명을 썼다.

하지만 최근 액정표시장치(LCD)를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의 기본 디자인으로 채택되는 등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기존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세대교체될 전망인데, 스마트폰 시장 후발 주자의 차별화 포인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아이폰X 전면 상단부 노치 부분의 모습. / 애플 제공
아이폰X 전면 상단부 노치 부분의 모습. / 애플 제공
3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OLED와 LCD 패널 가격이 많게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만큼 스마트폰 제조사가 준프리미엄급 스마트폰까지 당장 OLED로 전환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폰X은 비록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LCD로 노치 디자인을 구현할 경우 OLED 대중화를 앞둔 과도기적 시점에 디자인 차별화를 꾀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발광 디스플레이인 OLED와 달리 LCD는 백라이트 등 부품 구성이 더 복잡해 사각형 디자인을 탈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와 재팬디스플레이(JDI) 등 LCD 선두 업체가 노치 LCD 생산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노치 LCD도 기존 LCD보다 생산 비용이 많이 들지만, OLED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

노치 디자인은 제품 전면부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르는 풀 스크린 스마트폰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전면 카메라, 각종 센서 등이 위치하는 부분만 움푹 들어간 형태를 띤다. 현재 노치 LCD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는 화웨이 P20, 비보 X21, 오포 F7 등이 대표적이다. 안드로이드 창시자로 알려진 앤디 루빈이 만든 에센셜폰도 노치 디자인을 채택했다.

LG전자도 노치 LCD 진영에 합류한다. LG전자는 4월 말 공개 예정인 G7에 LG디스플레이의 노치 LCD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지난해 전략 스마트폰 V30에 OLED를 처음 도입하면서 향후 주력 스마트폰에 OLED를 전면 도입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G7의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노치 LCD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V30의 경우 출고가가 90만원 중후반대였고, 2018년 후속으로 출시된 V30S 씽큐의 경우 LG 스마트폰 사상 처음으로 출고가 100만원을 넘어섰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G7용 노치 LCD는 기존 적·녹·청색(RGB) 화소에 빛을 내는 백색(W) 화소를 추가해 기존 LCD보다 밝기를 개선하고, 전력 소모도 낮춘 M+ LCD 패널 기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M+ LCD는 LG전자 UHD TV용 패널로도 많이 쓰인다. 애플의 차기 아이폰 중 LCD 모델에도 LG디스플레이의 노치 LCD가 탑재될 전망이다.

구글도 차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공식적으로 노치 디자인을 켜고 끌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치 LCD 진영에 힘을 실어준다. 구글이 지난달 개발자 대상으로 공개한 차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프리뷰 버전은 사용자가 원할 때 노치 디자인을 숨길 수 있는 '디스플레이 컷 아웃' 기능을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노치 좌우 화면을 화면 미지원 영역으로 처리해 마치 상단 베젤처럼 보이게 해준다. 이 상태에서 풀 스크린 영상 등을 재생하면 노치에 가려지는 부분 없이 직사각형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LCD 패널의 경우 중국의 무자비한 물량 밀어내기로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지는 등 혼전 양상이지만, 중소형 LCD에서는 노치 디자인 생산 공정을 아직 개발하지 못한 만큼 당분간 LG디스플레이와 JDI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