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도용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페이스북 대주주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이사회 의장직 사퇴와 이사회 개편을 요구했다. 페이스북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관련한 가짜 뉴스 확산 의혹에 휩싸였을 때 행동주의 투자자가 페이스북의 변화를 요구한 적은 있으나, 이사회 구성 변경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시 연금 기금을 관리하는 스콧 스트링거 뉴욕시 감사원장은 2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저커버그는 그가 설립한 회사의 의장이자 CEO, 최대 주주다"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독립적인 이사회 의장과 데이터 및 윤리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갖춘 새로운 이사 3명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억달러 어치의 페이스북 지분을 감독하는 스콧 스트링거 뉴욕시 감사원장이 2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에 출연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모습. / CNBC 갈무리
10억달러 어치의 페이스북 지분을 감독하는 스콧 스트링거 뉴욕시 감사원장이 2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에 출연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모습. / CNBC 갈무리
스트링거 감사원장은 뉴욕시 연기금을 감독한다. 뉴욕시 연기금은 10억달러(1조565억원) 어치의 페이스북 지분을 가졌다.

스트링거 감사원장은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8번째로 큰 회사이며 20억명의 사용자가 있다"며 "페이스북은 사용자 정보 보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협력한 정치 컨설팅업체가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폭로가 나온 이후 페이스북은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연방 통상위원회(FTC)는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과 영국 의회는 저커버그에게 청문회 출석을 압박하고 있다.

스트링거 감사원장은 "페이스북이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디지털 광고 매출이 떨어질 수 있고 규제 강화 목소리에 직면해 있다"며 "페이스북이 이사회 변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해마다 이 요구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페이스북 이사회는 저커버그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페이스북이 인수한 왓츠앱 CEO 얀 쿰 외에 초기 투자자인 마크 안드레센과 피터 틸로 구성돼 있다. 이외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케네스 셔놀트 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CEO,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어스킨 보울스가 이사회 멤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