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피루마 피피루마 프리린파 파파레호 파파레호 도리민파 아다루토 탓치."
이 말은 1982년 혜성같이 등장한 마법소녀 '밍키(마법의 프린세스 밍키모모)'가 마법을 부릴 때 외는 주문이다. 댄스에 맞춰 외치는 마법 주문으로 12살 소녀에서 18세 캐리어 우먼으로 변신하는 밍키는 1980년대 당시 애니메이션의 메인 타겟인 여자 어린이는 물론 애니메이션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밍키는 꿈과 마법의 왕국 '페나리나사'에서 지구로 온 공주다. 그는 지구인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마법으로 성인 여성 전문가로 변신해 다채로운 위기와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어떤 전문가로든 변신하는 밍키는 1980년대 당시 여자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으며, 로맨스는 물론 스파이 액션, 로봇 액션 애니메이션 등 다채로운 애니메이션 장르의 재미 요소를 접목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누가 밍키를 죽였나?
밍키는 작품에서 사람에게 꿈을 주기 위해 탄생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밍키는 46화에서 공원 주변에서 트럭에 치이는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1980년대 TV로 밍키 애니메이션을 보던 당시 어린이에게는 '트라우마'급 충격을 안겨줬다.
업계에서는 밍키를 죽음으로 이끈 장본인은 다름 아닌 광고주라는 말이 전해진다. 밍키는 1982년 일본 현지에서 방영 당시 TV시청률이 한 자리 수를 넘지 못했다. 방영 초반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지 못하자 반다이 계열사인 장난감 제조사 '포피'는 밍키를 42화에서 마무리 지을 것을 요구했다. 기획 초기 52화 분량으로 만들 예정이던 밍키가 조기 종영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당시 밍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아시프로덕션(葦プロダクション)은 광고주의 요구에 반발했고, 공동 제작사였던 요미우리광고사의 중제로 46화에서 밍키 이야기를 매듭짓는 것으로 결정했다.
밍키를 탄생시킨 애니메이션 각본가 슈토우 타케시(首藤剛志)는 1983년 1월 출간된 잡지 '월간 아웃'에 실린 '안녕 밍키모모(さよなら、ミンキーモモ)' 글에서 당시의 절박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만큼 밍키 제작자 입장에서는 광고주의 조기 종영 결정이 충격이었던 것이다. 제작자가 받은 심적 고통은 안타깝게도 밍키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결말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밍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는 결말로 결정되기 전 세 가지 안이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핵 미사일 폭발로 지구가 산산조각 나며 인류가 멸망한다는 것 ▲'꿈을 꾸는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지며 밍키의 고향인 꿈의 나라 페라니라사가 사라진다'는 것 ▲'결말 없이 그냥 종영'한다는 것 등이다. 밍키 결말과 관련한 세 가지 기획안은 광고주였던 포피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피는 밍키 제작진에게 개·원숭이·새에 이어 새로운 '용'모양 동물 친구를 넣을 것을 요구했고, 요구사항은 밍키 애니메이션 속 동물 친구 '카지라'의 탄생으로 실현됐다. 밍키는 어린이용 문구 가위 덕택에 1983년 1월 총 63화까지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광고주 때문에 이미 죽음을 맞이한 밍키를 되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슈토우는 "밍키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방해하는 악몽에 맞서 싸운다. 밍키는 전투에서 승리하지만 자기자신도 상처를 입은 끝에 1000년의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사이 꿈의 왕국 페나리나사는 지구에 무사히 내려온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46화에서 죽음을 맞이한 페나리나사 공주 밍키는 펫샵을 운영하는 인간세계 부모의 진짜 여자아이로 환생한다. 47화부터 밍키는 사람들로부터 꿈과 희망을 빼앗는 '악몽'과 싸우는 꿈의 전사로 활약한다. 이야기는 슈토우의 본래 각본대로 밍키가 승리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 밍키 시즌2 주인공은 바다에서 온 사촌
1983년 5월, 총 63편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 밍키 애니메이션은 8년뒤인 1991년 새로운 밍키 애니메이션 '꿈을 안고서(魔法のプリンセス ミンキーモモ 夢を抱きしめて)'로 부활한다.
밍키 시즌2의 주인공은 바다 속에 가라앉은 꿈의 나라 '마린나사'에서 온 밍키다. 마린나사의 국왕과 왕비는 시즌1의 꿈의 나라 '페나리나사' 국왕과 형제로 설정됐다. 시즌2 밍키는 시즌1의 밍키와 사촌 관계인 셈이다.
성우도 변경됐다. 시즌1의 밍키는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에서 지온공국 사령관 '키시리아 자비'역을 맡았던 '코야마 마미(小山茉美)'가 담당했었다. 하지만 시즌2 밍키 성우는 란마1/2의 여자 란마, 에반게리온의 레이, 슬레이어즈의 '리나 인버스'역을 맡았던 유명인 '하야시바라 메구미(林原めぐみ)'가 연기했다.
밍키 시즌2는 전작과 비교해 더 밝은 분위기를 그리고 있지만 이야기의 배경은 '핵전쟁', '지구환경문제', '민족분쟁' 등 소재 자체가 무겁다. 이는 1990년대의 사회상을 반영한 결과다.
밍키 애니메이션을 만든 유야마 쿠니히코(湯山邦彦) 감독은 1992년 출간된 밍키 관련 서적을 통해 "밍키 애니메이션에서는 현실 속 사회문제를 다뤘는데, 이는 시대상에 맞는 꿈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밍키 시즌2도 결말은 시즌1과 마찬가지로 다소 무겁게 그려졌다. 1992년 12월 방영된 밍키 시즌2 마지막편인 62화는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잃어 꿈의 왕국 마린나사가 지구를 떠난다는 내용이 담겻다.
왕국과 함께 지구를 떠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밍키는 "자신의 꿈을 지키는 이상 밍키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인간으로 환생한 시즌1 밍키의 목소리를 듣고 지구에 남을 것을 결심한다. 밍키 시즌2는 사람들이 꿈을 계속 지니고 있었으면 하는 제작진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시즌2에서 밍키의 인간 세상 부모는 '불치의 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이 부부에게 밍키는 꿈 그자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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