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주요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의 3차원(3D) 제품 생산 비중이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현재 주력인 4세대(64~72단)를 넘어 5세대(96단)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 및 양산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5세대 96단 3D 낸드플래시 개발과 함께 6세대 128단 적층 기술에도 조기 투자하면서 단숨에 3D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설비투자액도 작년보다 30%쯤 많은 14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72단 3D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올해 초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우선 연내 72단 3D 낸드플래시 생산 비중을 5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건 만큼 차세대 제품 양산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지워지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PC, 데이터센터 등 각종 IT 인프라에 요구되는 고속·고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늘면서 낸드플래시는 기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를 빠르게 대체하는 중이다.
기존 낸드플래시는 평면(2D) 구조에서 미세공정을 발전시켜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도록 발전했다. 하지만 반도체 미세공정이 10나노미터(㎚, 10억분의 1m)대에 접어들면서 좁은 면적에서 집적도를 높이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 3D 낸드플래시는 평면 구조의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집적도를 높이는 방식을 따른다. 회로를 쌓아 올리는 단 수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한다.
2D 낸드플래시가 1층 주택이라면, 3D 낸드플래시는 아파트인 셈이다. 층수가 높을수록 같은 공간 대비 더 많은 용량을 담을 수 있고, 성능과 전력 효율도 높아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클라우드,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에서 낸드플래시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3D 낸드플래시가 고부가 제품으로 급부상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 8월 세계 최초로 1세대 24단 3D 낸드플래시를 선보인 데 이어 2세대 32단, 3세대 48단, 4세대 64단으로 발전시켰다. SK하이닉스는 1세대 24단을 시작으로 2세대 36단, 3세대 48단, 4세대 72단으로 층수를 늘렸다. 양사 제품이 세대별로 단 수가 조금씩 차이가 나는 이유는 스태킹(적층) 공정의 차이일 뿐 같은 세대로 본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 6월 96단 3D 낸드플래시 기술인 'BiCS4'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당시 도시바는 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2017년 하반기 OEM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하고, 2018년 중 시험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도시바의 애초 계획과는 달리 96단 3D 낸드플래시 샘플 공급이 늦어지면서 빨라야 올해 말에서 내년 초는 돼야 양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2D 낸드플래시 원천기술을 보유한 도시바가 3D에서는 다소 뒤쳐지며 차세대 제품 양산에 조바심을 내는 모습이지만, 64단 제품 수율도 60~70% 수준에 머물러 있어 96단 제품을 양산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기술 우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후발주자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기준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52%에 달했다. 이 시장 순위는 1위 삼성전자(40.4%), 2위 도시바(16.2%), 3위 웨스턴디지털(14.8%), 4위 SK하이닉스(11.6%), 5위 마이크론(9.9%) 순으로,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40%를 넘긴 것은 2008년 이후 9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