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 총수(동일인)를 기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롯데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에서 신동빈 회상으로 바뀌었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청문회에 참석한 이재용(왼쪽)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 조선일보DB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청문회에 참석한 이재용(왼쪽)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 조선일보DB
공정위는 1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60개 그룹(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삼성과 롯데 동일인을 이 같이 변경한다고 밝혔다. 두 기업의 총수가 변경된 것은 31년만이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특정 재벌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총수)이나 법인을 의미한다. '사실상 지배 여부'는 동일인의 지분율과 경영활동 등 동일인의 영향력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기업집단의 범위는 동일인을 기준으로 배우자와 혈족(6촌), 인척(4촌) 등의 계열사 지분을 따져 정해진다.

공정위는 이건희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가 2014년 5월 입원한 후 만 4년인 현재까지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삼성생명 등을 기반으로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등 지배 구조상 최상위 회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부회장 직책에서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지난 2월 서울고법이 이 부회장을 '사실상의 삼성그룹 총수'로 규정한 점도 고려했다.

공정위는 결론적으로 총수를 이 부회장으로 변경하는 것이 종전보다 삼성의 계열 범위를 가장 잘 포괄할 수 있다고 봤다.

공정위가 롯데그룹 총수를 신격호 명예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한 것도 비슷한 논리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2017년 6월 대법원에서 한정 후견인 개시 결정이 확정된 후 롯데 지주회사 전환, 임원변동 등 소유지배 구조상 중대한 변화를 신 회장 결정했다.

공정위는 신 회장이 롯데지주의 개인 최다출자자이자 대표이사며, 지주체제 밖 계열회사 지배 구조상 최상위에 있는 호텔롯데의 대표이사로서 사실상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고 봤다.

삼성과 롯데의 동일인 변경에 따른 계열사 변화는 없다. 동일인이 정해지면 공정위는 이를 기준으로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의 계열사 지분을 따져 대기업집단 범위를 확정한다.

동일인이 자녀로 변경되면 기존 6촌 혈족과 4촌 인척은 각각 7촌과 5촌 인척으로 바뀐다. 이들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공정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삼성과 롯데 모두 6촌 혈족과 4촌 인척이 지배주주인 계열사는 없었기 때문에 계열사 변동은 없다.

삼성과 롯데의 경우 동일인 변경으로 이 부회장과 신 회장에 대한 책임 부담이 커진다. 그룹 조직변경이나 사업추진 등 전략적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하는 만큼 향후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공정위가 총수의 의사결정 여부를 입증해 사후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또 위장계열사를 보유하거나 계열사 현황 허위 자료를 제출할 경우 동일인이 검찰에 고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