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사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휘말린 가운데, 페이스북 자회사 왓츠앱의 공동창업자 얀 코움이 페이스북을 떠난다. 얀 코움은 데이터 사용, 암호화 정책을 놓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이견을 보여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30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코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이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왓츠앱을 사용하고 있는 시점에 회사를 떠난다"며 "팀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서 계속 놀라운 일을 해낼 것이다"고 말했다. 코움은 이어 "외부에서 왓츠앱을 응원하겠다"며 "이 여행을 가능하게 한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얀 코움 왓츠앱 공동창업자 겸 CEO. / 페이스북 갈무리
얀 코움 왓츠앱 공동창업자 겸 CEO. / 페이스북 갈무리
코움은 페이스북을 떠나기로 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WP은 페이스북이 왓츠앱 개인정보와 암호화를 약화시키려하자 코움이 반발해 회사를 떠날 계획을 세웠다고 분석했다.

코움과 브라이언 액턴 왓츠앱 공동설립자는 2014년 페이스북에 왓츠앱을 매각할 당시 사용자 데이터 독립과 보호 정책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왓츠앱을 인수한 지 18개월 만에 왓츠앱 서비스 사용 조건을 변경해 왓츠앱 사용자 전화번호에 대한 접근을 허용했다. 또 사용자의 장치와 운영체제를 들여다보는 방식을 추가했다.

코움은 유년 시절을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USSR)에서 보내면서 개인정보보호 중요성을 깨달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감시를 받을까 두려워했던 개인사를 겪었다.

또한, 코움과 액턴 왓츠앱 공동창업자는 지난 2012년 공개적으로 페이스북 주요 수익원인 타깃 광고를 비판했다. 이들은 당시 왓츠앱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아무도 더 많은 광고를 보길 원하지 않으며, 내일 볼 광고를 생각하며 잠들지 않는다"며 온라인 광고를 "당신의 지능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2017년 11월 페이스북을 떠난 브라이언 액턴 왓츠앱 공동창업자는 최근 페이스북 탈퇴 운동(#DeleteFacebook) 운동을 지지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코움이 페이스북을 떠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WP은 "페이스북 이사회와 경영진은 8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알려진 이후에도 페이스북에 지나친 충성심을 보인다"며 "코움은 페이스북이 인수한 회사 경영진 중 유일하게 이사회에 속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신과 가깝게 일했던 때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며 "전세계를 연결하는데 도움을 주도록 한 일, 중앙집중식 시스템을 개개인의 손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가르쳐 준 모든 것에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야후 동료였던 코움과 액턴은 2009년 왓츠앱을 설립했다. 페이스북은 왓츠앱 사용자가 5억명이던 2014년 왓츠앱을 19억달러(2조34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왓츠앱 매출은 2000만달러(214억원)에 불과했다. 코움은 페이스북 이사회에서도 물러날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