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암호화 등 최근 ICT 업계를 중심으로 '양자' 기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실험실 수준에 불과하던 연구 개발 성과도 어느덧 실용화 단계를 논의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양자 관련 기술이 왜 중요한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 정리하고, 장차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5월 2일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IT조선과 조선비즈 주최로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주제로 KAIST 이순칠 교수와 이준구 교수, 서울시립대 안도열 교수 등 국내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권위있는 3명의 교수와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와 관련해 토론 중인 패널진(왼쪽부터 안도열 서울시립대 교수, 이준구, 이순칠 KAIST 교수, 좌장인 이태억 KAIST 교수). / 최용석 기자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와 관련해 토론 중인 패널진(왼쪽부터 안도열 서울시립대 교수, 이준구, 이순칠 KAIST 교수, 좌장인 이태억 KAIST 교수). / 최용석 기자
'양자'란 무엇인가

이태억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시작된 토론은 우선 청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양자란 무엇인가'로부터 시작됐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양자'의 개념을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것이 좌장인 이태억 교수의 설명이었다.

국내 최초로 3큐비트(양자컴퓨터의 비트 단위)를 구현한 바 있는 이순칠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란 물질이든 에너지든 상관없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인 세계의 작은 입자다"라며 "양자역학의 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상당히 다르다. 마치 3차원과 4차원을 비교하는 셈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고전역학에 의해 결정된다면 보이지 않는 양자의 세계는 양자역학에 의해 지배된다"고 말했다.

양자 정보처리 이론연구 부문의 손꼽히는 전문가인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양자'의 유래부터 소개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양자의 개념이 실은 1900년대 제국주의 열강들의 대립 구조 속에서 등장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는 "열강들이 군사력 증강을 위해 좋은 금속을 만들면서 금속을 제련할 때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인 '분광'에 관심을 끌게 됐다. 그런데 분광 스펙트럼은 ▲모든 값은 연속성을 갖는다 ▲모든 물질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는 고전 물리학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며 "학자들이 빛의 에너지가 연속적이 아닌 띄엄띄엄 불연속적인 값을 갖는 것으로 가정해 대입해보니 답이 맞았다. 그러한 불연속적인 값에 '퀀텀'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양자'의 어원이다"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핵심 원리인 '중첩'과 '얽힘'

양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물리 법칙(고전 물리)과는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양자 정보처리 전문가이자 국내 퀀텀 포럼의 의장인 이준구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중첩'과 '얽힘'을 꼽았다.

양자를 이야기할 때 '중첩'은 빼놓을 수 없는 특성이다. 양자의 상태는 우리가 눈으로 확인(관측)하기 전까지 알 수 없으며, 그만큼 하나의 양자는 여러 상태(값)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양자 중첩'이다.

양자 중첩을 이용하면 양자 컴퓨터는 한 번에 하나의 값만 입력할 수 있는 기존의 컴퓨터와 달리, 한 번의 입력으로 여러 개의 값을 동시에 입력할 수 있다. 이준구 교수는 이런 양자의 중첩이 양자 컴퓨터에서 계산상 이득을 주는데 가장 중요한 성질이라고 강조했다.

'얽힘'에 대해서 그는 "두 개의 원자를 가지고 양자 상태를 계산하는 경우, 어느 하나의 양자 상태를 바꾸면 반대쪽 양자의 상태도 똑같이 영향을 받는 성질이 '얽힘'이다"며 "정보를 커다란 공간에서 한 덩어리씩 잘라내는 등의 현상을 가능케 하므로 (양자 컴퓨터에서) 굉장히 중요한 성질이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그는 '얽힘'은 "지구상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관측을 통해 그러한 현상이 존재하는 것은 확인했지만, 그 원리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수의 '큐비트'로 구성된 양자컴퓨터...변수 많은 복잡한 문제 해결에 적합

기존 컴퓨터의 계산 단위가 0과 1로 구성된 비트(bit)인 것처럼 양자 컴퓨터는 여러 개의 값을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양자가 계산의 단위인 '큐비트(qubit)'가 된다.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되려면 얼마나 많은 큐비트가 필요할까.

안도열 교수는 "IBM에서는 50큐비트만 제대로 처리할 수 있어도 실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문제는 50큐비트에 접근(Access)하고 활용할 수는 있지만, 이걸로 연산하려면 다른 조건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큐비트가 많을수록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병렬처리'의 가능한 수가 늘어난다. 물론, 병렬처리 능력이 좋다고 기존의 컴퓨터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는 어떤 분야에 적합할까.

이준구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풀 수 있는 문제는 여러 가지 단계가 있다. 간단하지만 무수한 반복이 필요한 문제부터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나 변수를 가지고 예측하는 높은 인공지능이 필요한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신약 연구를 들었다. 현재 신약 개발은 약을 구성하는 분자를 대략 10개~20개를 조합해 하나의 신약을 만든다. 변수가 많은 만큼 조합이 가능한 수도 엄청나게 많고, 특성도 각각 다를 수 있다.

이준구 교수는 "양자컴퓨터는 신약 개발처럼 빅데이터를 가지고 인공지능까지 활용해 디자인하고 결과를 예측하는데 적합하다"며 "이 정도의 단계에 양자 컴퓨팅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시기는 머지않아 올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안도열 교수는 "큐비트의 상태가 깨지기 전까지 1만 번 정도 연산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화된다면 실용화에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구 교수도 "양자컴퓨터는 데이터를 집어넣으면 결맞음 현상으로 데이터를 유지하는 시간이 짧다"며 "현재의 슈퍼컴퓨터는 한 번 데이터를 집어넣으면 없어지지 않는다. 데이터 유지의 문제를 해결해야 양자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미디어그룹 ICT전문 매체 IT조선과 경제전문 매체 조선비즈는 5월 2일 오후 7시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 :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진행했다. 이날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에는 양자컴퓨팅 분야에 권위있는 이순칠 KAIST 물리학과 교수, 이준구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참석해 그간의 연구에 대해 발표했으며, 이태억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1시간쯤의 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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