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만큼 행정서비스가 디지털화되어 있고,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편리하게 제공되는 곳은 드물다. 특히 사법 행정서비스와 관련해서는 2010년부터 (형사사건을 제외한) 전 재판업무에서 전자소송이 도입됐고 당사자들의 서류송달 및 재판 진행 업무가 상당히 간편해졌다.

나아가 최근 대법원은 기존 전자소송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2024년까지 '스마트법원 4.0'이라는 이름으로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에 의하면, 기존에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판결문의 공개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또한 스마트폰만으로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집에서도 재판이 가능하며, 소송 서류의 준비도 몇 번의 클릭만으로 행정기관 방문 없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챗봇이 24시간 소송절차 및 승소 가능성을 안내하고, 소장 작성까지 도와줘 '나홀로 소송'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법원의 대국민 사법 서비스는 또 한 번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하지만, '스마트법원 4.0'은 사법 서비스의 혁신이 소송 등 재판 사무에만 한정돼 있다. 대법원의 주요한 사법 서비스 중 하나인 부동산등기 및 법인등기와 같은 '등기' 사무에 대한 사법 서비스 개편은 포함되지 않았다.

법원 인터넷등기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2018년 1분기 등기통계자료를 보면,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소유권이전등기 및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 포함) 신청사건이 103만2857건, 근저당권 설정등기 신청사건은 78만4192건, 전세권 설정등기 신청사건은 1만8964건이다.

부동산등기 관련 신청사건은 1분기에만 약 200만 건이 넘는다. 또한 법인(주식회사, 유한회사, 합병회사,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설립등기 신청사건은 2만6754건, 본점이전 신청사건은 1만4511건으로 법인등기 관련 신청사건은 1분기에만 약 4만 건을 넘는다. 등기사무는 어떻게 보면, 소송사무보다도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등기소에서 이뤄지는 등기사무의 절차를 보면, 등기신청서 작성과 금융기관 또는 행정기관이 발급하는 부속서류의 첨부가 등기사무의 주요한 내용을 이루고 있고, 등기신청인들은 이와 같은 등기신청서 작성과 부속서류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신청서 작성이나 부속서류 구비에 문제가 있어 등기관이 신청서를 반려라도 하게 되면, 뜻하지 않게 등기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점들은 국민들이 간단하고 사소한 등기사무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진행하는 것을 꺼리게 되는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나홀로 소송'을 위해 필요한 각종 소송서류의 준비도 몇 번의 클릭만으로 행정기관 방문 없이 가능하다면, '나홀로 등기'를 위해 필요한 각종 부속서류의 준비도 몇 번의 클릭만으로 행정기관 방문 없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대법원이 야심차게 준비하는 '스마트법원 4.0'에 '나 홀로 소송'을 지원하기 위한 사법 서비스 개편 뿐만 아니라, '나홀로 등기'를 지원하기 위한 사법 서비스 개편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대법원의 자료에 따르면 이미 대법원은 2018년 1월경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대상사업 선정을 위한 사전심의를 신청해 2018년 4월 4일 예비타당성 대상사업 선정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등기서비스의 자동화 내지 '나홀로 등기' 관련 사법 서비스 개편도 '스마트법원 4.0'의 대상사업 범위 내에 포함시켰으면 한다. 이를 통해 등기사무에 관한 국민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대법원이 또 한 번 국민들을 위한 사법서비스 개편에 큰 성과를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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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리걸인사이트 대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및 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습니다. 법무법인(유)태평양(2005~2011)에 재직했으며, 플로리다 대학교 SJD in Taxation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리걸인사이트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규제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조화를 고민하며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