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ZTE에 대한 제재 완화를 예고한 가운데 중국이 미국 통신 반도체 기업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 인수 재검토에 들어갔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NXP 주식은 12%, 퀄컴 주식은 2.7%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14일(이하 현지시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 상무부가 퀄컴의 NXP 인수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퀄컴은 2016년 10월 NXP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퀄컴은 2017년 말까지 인수합병(M&A)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미국, 러시아, 유럽, 한국 등 8개 주요 국가와 지역의 시장감독기구는 퀄컴의 NXP 인수를 승인했다. 하지만 중국이 승인을 거절하며 인수합병(M&A) 약속 시점을 지키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와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 일러스트 IT조선 김다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와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 일러스트 IT조선 김다희 기자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4월 19일 "퀄컴의 NXP 인수는 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며, 시장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이라며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시장에선 미국 상무부가 4월 16일 향후 7년 동안 ZTE가 미국 기업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추가 제재를 내리자, 이에 대응하는 조처를 내린 것이라는 분석했다.

◇ 트럼프 ZTE 제재 완화 시사하자 중국, 퀄컴의 NXP 인수 재검토 돌입

중국 당국이 변화의 조짐을 보인 것은 미국과 중국의 제2차 무역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ZTE 규제 완화를 시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 대형 휴대폰 업체 ZTE가 빨리 다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ZTE가) 중국에서 너무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상무부에 (ZTE 정상화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이 ZTE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세부사항 실천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애초 미국과 중국 양국은 3~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무역협상에서 ZTE 제재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중국 대표단은 이르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2차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 ZTE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대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수입 관세를 철폐하기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WSJ은 "ZTE 제재가 완화되면 퀄컴의 NXP 인수도 해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퀄컴의 NXP 인수를 승인할지는 명확하지 않으며 여전히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퀄컴은 지난 4월 말 중국 상무부가 NXP 인수에 제동을 걸자 인수 재검토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중국 당국은 7월 25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