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삼성이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분식회계 의혹을 밝히기 위한 감리위원회를 진행했다.

분식회계를 입증해야 하는 금감원과 회계처리 변경의 정당성을 주장해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의는 철통보안 속에서 시작해 자정을 넘기는 시간까지 계속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이 분식회계로 인정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로 불씨가 확산할 수 있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감리위원회는 배제된 민간위원 1명을 제외한 8명의 감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서는 김태한 사장을 포함한 핵심임원이, 금감원에서는 회계조사국 관계자가 참석했다. 안진·삼정회계법인 관계자도 출석해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감리위원회는 금감원 측이 질문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금감원 조사부서와 제재 대상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가 동시에 의견을 밝히는 대심제는 차기 감리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날 감리위는 시작 전 모든 참석자에게 비밀 유지 서약서를 받고 휴대전화를 수거한 후 진행됐다. 핵심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11월 코스피에 상장하기 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했느냐 여부다. 또한, 바오이젠의 콜옵션 행사가 타당한지와 분식회계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이다.

이날 회의는 감리위원 8명이 금감원의 조치안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소명을 듣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금감원은 그동안 제출하지 않았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제출했다. 금감원 '스모킹건'의 정확한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를 변경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태한 사장을 필두로 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감리위가 사전에 공지한 진술 시간인 2시간의 두 배에 달하는 4시간 동안 회계변경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김 사장은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은 반드시 행사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91.2%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했다. 또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기업 투자주식으로 분류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취득가인 2905억원이 아니라 공정가격인 4조8806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로 인해 적자 기업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후 처음으로 1조904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실제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봤다. 5월 1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 감리결과 조치서를 통보하고 중징계를 예고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달 안에 감리위를 마친 후, 6월 7일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2차 감리위는 5월 25일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