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최근 대형 모터쇼에 불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속속 발을 빼는 추세다.

폭스바겐의 경우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모터쇼에 나가지 않기로 했고,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은 2019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는다. 이에 앞서 프랑스 PSA(푸조, DS)는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불참했다. 볼보는 이미 수년전부터 각 대륙 하나의 모터쇼만 참여하는 쪽으로 모터쇼 전략을 조정했다.

2018 제네바모터쇼에 참여한 폭스바겐. 2018 파리모터쇼에서 이 모습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 폭스바겐 제공
2018 제네바모터쇼에 참여한 폭스바겐. 2018 파리모터쇼에서 이 모습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 폭스바겐 제공
17일(현지시각) 폭스바겐그룹은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모터쇼 2018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문제가 불거진 2015년부터 비용절감을 이유로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의 참가 규모를 줄이고 있으나, 유럽 본토에서 열리는 대형 모터쇼 불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대신 폭스바겐은 10월 2일과 3일에 파리에서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브랜드가 참가해 이슈 선점이 어려운 모터쇼 대신 브랜드 단독 행사로 집중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아우디와 세아트, 스코다, 포르쉐 등 그룹내 다른 브랜드는 예정대로 모터쇼에 나간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대형 모터쇼 불참은 2017년 9월 개최된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부터 목격됐다. 아우디가 전시 규모를 줄였으며, 피아트, 알파로메오, 짚, 닛산, 인피니티, 미쓰비시, 푸조, DS, 볼보 등이 나오지 않았던 것.

아우디의 2018 제네바모터쇼 현장. / 아우디 제공
아우디의 2018 제네바모터쇼 현장. / 아우디 제공
또 1월 열렸던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가 불참했고, 이들은 2019년 모터쇼도 참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1907년 첫 개최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주목도는 날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율주행, 커넥티드, 전기차 등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비슷한 시기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자동차 회사를 빼앗기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디트로이트는 개최 시기를 10월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CES 같은 ICT쇼가 모터쇼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분석을 내놓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것만도 아니다. 2018 CES의 경우 GM과 포드 등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최근 자동차 회사들은 모터쇼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다수의 자동차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는 모터쇼는 개별 브랜드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산업의 흐름은 읽을 수 있지만, 각 회사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신차가 출시되는 회사는 조금 낫지만, 만약 모터쇼 시기에 신차가 없다면 관심은 더 떨어지고, 돈을 안쓰니만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와 관련 디터 제체 다임러 그룹 회장은 "모터쇼 불참 결정은 디트로이트 뿐 아니라 2019년 열리는 모든 모터쇼에 해당한다"며 "신차 출시가 모터쇼 기간과 겹친다면 참가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 우리는 신차를 공개하는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닛산은 신형 리프의 발표행사를 비슷한 시기에 열린 모터쇼가 아닌, 별도 이벤트로 마련했다. / 닛산 제공
닛산은 신형 리프의 발표행사를 비슷한 시기에 열린 모터쇼가 아닌, 별도 이벤트로 마련했다. / 닛산 제공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나오지 않은 닛산도 비슷한 시각이다. 이들은 당시 신차였던 전기차 리프의 2세대 출시 행사를 모터쇼가 아닌, 일본과 미국에서 대규모로 열었다. 습관적으로 모터쇼에서 신차를 소개하는 것에 대한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FCA그룹(피아트, 크라이슬러, 지프 등)의 경우에는 유럽, 특히 독일에서 진행되는 모터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워 비용대비 마케팅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변화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중이다. 과거 모터쇼는 자동차 회사가 한 번에 여러 차종을 선보이고, 홍보를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했다. 많은 소비자가 모터쇼를 찾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각 회사의 여러 제품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기회로도 작용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동차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수집하고, 또 간편하게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도 적지 않다. 소비자 역시 굳이 모터쇼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대형 모터쇼에 불참하는 것이 전장 비중 확대로 ICT 쇼에 참가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는 일부"라며 "그보다 모터쇼 참가할 돈으로 더 효율적이고, 효과가 뛰어난 다른 마케팅 수단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모터쇼 불참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모터쇼에 참가하는 업체의 주목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반대현상도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모터쇼 불참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6월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국제모터쇼에도 다수의 자동차 회사가 나오지 않기로 했다.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혼다, 캐딜락, 폭스바겐, 마세라티, 페라리, 포드 등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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