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과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에 불고 있는 순풍은 평화체제 구축, 남북교류 협력 강화 그리고 북한에 대한 투자 확대 등으로 예상된다. 북한 접경의 중국 도시에서는 벌써부터 부동산 가격까지 치솟는 등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반도의 순풍이 역풍을 맞지 않는다면, 북한은 경제적 기반 조성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 연결 철도·도로 분야 등의 대규모 사업과 지하자원 및 에너지 협력 사업, 남북 관광 및 문화 협력 등에 필수조건인 기반시설을 등한시할 수 없다. 이러한 여건은 잠시잠깐의 생각만으로도 측량(공간정보)인에게는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구축하고 있는 북한 공간정보는 1918년 조선총독부에서 구축한 1/50,000 축척 지형도를 시작으로, 1945년 미군이 인수받아 1/50,000 축척의 군사용 지형도로 변환한 바 있다. 이후 2007년부터는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인공위성영상을 토대로 1/25,000 축척 지형도를 제작하고 있다.

통일에 앞서 정부가 최우선으로 실시해야 하는 준비과정은 현재의 북한 국토현황을 정확히 들여다보는 것과 철도, 도로, 전력선 등 기반시설의 공간정보를 구축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북한전역에 대한 도로, 철도, 전력선 등에 관련된 공간정보를 구축하고, 북한농업 작물현황에 대한 농업공간정보 구축과 그 외 각종 도시현황과 지형·지물에 대한 종합공간정보 구축이 있어야 부차적인 도시 및 지역개발계획이 가능하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대표적인 교통망인 철도와 도로에 대해 "참 민망스러울 수 있다. 부끄럽다"고 말했다. 도로·철도·전력에 대한 공간정보를 구축해야 차세대 인프라도 구축이 가능하다.

북한의 철도 길이는 우리나라보다 1.5배 더 긴 약 5,300km이고, 전철화율도 80%에 육박한다. 북한의 지형 구조가 복잡해 철도길이 긴 것이다. 철도를 통한 물류 수송원가가 저렴하지만, 북한 철도의 70% 이상이 개보수 부진으로 침목 부식, 노반 침하를 겪고 있다. 터널과 교량, 심지어 기관차도 노후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난이 반복되면서 철도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따라서 정확한 계획을 위해 북한전역에 대한 철도공간정보 구축이 시급하다.

북한의 도로는 더욱 더 문제가 많다. 북한의 전체 도로 길이는 26,000여km로, 남한의 4분의 1 수준이고, 대부분 비포장도로이다. 그나마도 포장도로는 전체 700여km 정도로 우리나라의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합친 포장거리에 불과하다. 지형적인 조건상 도로 역시 산악지역이 많고 개발 수준이 열악해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남북 간의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이 기대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앞서 강조했듯이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도 터널, 고가도로, 다리, 가드레일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북한 전역에 대한 도로 공간정보 구축도 시급하다.

통일 후, 공간정보 활용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북한 토지문서(소유자 증명서)를 가지고 남한으로 피난하였다. 1953년 북한은 '북조선 토지개혁에 대한 법령'에 따라 토지를 몰수하고, 1972년 제정된 '사회주의 헌법'에 따라 모든 토지를 국가소유로 전환시켰다. 때문에 조세가 완전히 폐지되고 토지관련 개별법은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연유로 땅 소유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북한 전역의 지적원도 구축도 필요하다. 북한 전역을 1/5,000 수치지도로 구축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도 볼 수 있다. 즉, 토지소유권 현황에 대한 확인 여부이다.

북한 전역의 1/5,000 수치지도를 이용하면 지적도 복원이 가능하다. 다행스럽게도 일제 강점기 당시 측량한 남북지적원도를 '국가기록원'이 필름 형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통일 이후 동·서독의 수치지도, 지적도를 통합하고 분단 이전의 토지소유권을 인정하였으니, 우리나라도 하루 속히 북한 전역에 대한 정확한 수치지도 및 지적원도 복원을 준비할 때이다.

최근의 지도제작 기술은 고해상도 위성영상 기술과 전파 인공위성의 발달로 내비게이션 지도와 동일한 1/5,000 축척 수치지도와 각종 지적도 및 다양한 공간정보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하루 빨리 북한 전역 1/5,000 수치지도를 구축하여 우리나라 1/5,000 축척 수치지도와 연결하여 통합 운영하는 날을 고대해 보자.

모든 경제, 소유권, 경계는 공간정보 위에서 일어난다. 평화통일의 청사진에서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할 우선 사업은 남북공간정보의 통합, 통일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맛집 찾아가듯 (통일이 되면) 진짜 평양냉면 맛집 찾아가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1/5,000 축척의 북한 내비게이션 지도부터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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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봉 중앙항업(주) 기술이사는 측량 및 지형공간정보기술사를 취득하고, 명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측량학회 이사, 한국수로학로학회 이사를 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