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는 30일 열린 이사회에서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증자가 완료되면 전체 자본금은 기존 3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번 유상증자로 케이뱅크는 총 3000주(보통주 2400만주, 전환주 6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한 주 가격은 5000원이다.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가 2017년 9월 27일 서울 종로구 더케이 트윈타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 경영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IT조선 DB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가 2017년 9월 27일 서울 종로구 더케이 트윈타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 경영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IT조선 DB
케이뱅크는 “설립 당시 초기자본금에 대한 각 주주사별 보유 지분에 따라 신주를 배정할 계획이다"며 “오는 7월 12일 주금 납입일 이후 증자 결과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우리은행이 1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T와 NH투자증권이 각각 10.0%의 지분을, 한화생명보험(9.41%), GS리테일(9.26%), KG이니시스(6.61%), 다날(6.61%)을 보유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고객에게 더 나은 혜택을 드릴 수 있도록 기존 상품을 재정비하고, 신규 상품 출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케이뱅크의 자본금 부족 문제가 일부 해소 됐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본격화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본금 부족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초기부터 거론된 문제로 현재까지 이렇다할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2016년 12월 금융위원회(금융위)로부터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승인받았고, 이듬해 4월 3일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케이뱅크의 주력 상품인 직장인 신용대출은 자본금 부족 문제에 부딪혀 판매한지 3개월 만인 2016년 7월 1일 중단했다.

본격적인 증자 논의는 2017년 8월에 시작됐다. 케이뱅크는 2017년 8월 10일 이사회를 소집해 증자 안건을 다뤘고,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 KT 등이 증자 참여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당시에도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자본금 확충에 제동이 걸렸고, 결과적으로 기존 은행과 서비스 차별화를 시도하지 못했다.

최근에도 케이뱅크는 자본금 확충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20여 곳에 달하는 주주사들이 증자 규모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전체 증액 규모를 1500억원으로 축소했다.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금 확충이 유일한 해답이지만,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는 은행법 개정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활성화를 위한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시절 은산분리법 완화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자본금 부족 문제는 은산분리법 완화와 같은 정책적 지원이 아니라,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올해 4월 3일 진행한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뱅크 측이 요구하는 것은 은산분리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공간을 열어달라는 것"이라며 “어떤 사업이든 일정 규모의 자본을 갖춰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자본이 늘어나면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공격적으로 많은 소비자를 유치해 성장 가도를 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