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그룹의 1조원 투자 유치 본 협상이 6개월째 지지부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그룹은 지난 1월 외국계 투자 운용사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본 협상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관계자도 “아직 본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서울 중구 소재 신세계백화점 본점. / 조선일보DB
서울 중구 소재 신세계백화점 본점. / 조선일보DB
지난 1월 신세계는 백화점·대형마트로 나뉘어 있는 이커머스 사업을 통합, 별도 법인을 설립·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대규모 자금 유치에 나섰다. 신세계 신설 법인에 투자하기로 한 미국계인 BRV 캐피털매니지먼트는 페이팔의 최초 기관 투자가로 알려져 있다. 홍콩계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음원 서비스업체 멜론에 투자, 큰 차익을 남겨 국내에서도 유명해졌다.

본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외국계 투자사 사이에 투자 조건을 두고 적지 않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측이 MOU 사실을 언론에 공개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본 협상 속도는 더딘 편”이라면서 “보통 1월이나 상반기에 이뤄지는 투자 협상은 연말인 12월이나 하반기에 이뤄지는 협상보다 속도가 빠른 데 아직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이커머스 조직을 완비하겠다고 밝힌 신세계 그룹의 로드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온라인 전용 물류 인프라 구축, 신규 사업영역 발굴 등 신세계 그룹이 밝힌 방안을 연내 실현하려면, 상반기에는 세부 투자 계획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전문 법인을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 회사(현재의 5배)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조선일보 DB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조선일보 DB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은 이머커스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정 부회장은 이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해 SK그룹 계열사 SK플래닛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11번가 인수를 시도했다. 하지만, SK그룹은 11번가의 경영권을 유지한채 외부의 지분 투자만 원했고, 신세계그룹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 하에 인수 협상을 중단했다.

11번가 인수를 포기한 정 부회장은 해외에서 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 계획을 발표해 신성장 동력 부재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한번에 씻어냈다.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의 투자금을 유치한다는 정용진의 승부수에 이마트 등 관련 주가가 10~17% 뛰기도 했다.
신세계와 해외 투자사의 협상이 늦어지고 있는 사이, 경쟁사의 이커머스 사업 행보도 빨라졌다. SK플래닛의 11번가는 50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코리아와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이 투자에 나선다.

롯데쇼핑은 지난 5월 15일, 롯데닷컴과의 합병을 진행하면서 온라인 사업에 5년간 3조원을 투자 및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투자금 확대를, 투자운용사는 효율을 원하고 있다”며 “연내 이커머스 조직 구성 목표는 변함이 없고, MOU 체결에 따라 1조원 이상의 투자가 곧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