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㉓반다이 먹여살린 '건담'…원래는 '로봇' 아니었다

김형원 기자
입력 2018.06.09 06:00
대중 사이서 프라모델 상품으로 유명한 ‘건담(Gundam)’시리즈는 우주전쟁을 배경으로 한 사실적인 인간 드라마(이하 건프라)를 그린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리얼로봇’ 대표 주자이기도 한 건담 시리즈는 탄생 39주년을 맞은 현재 콘텐츠 전문 기업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의 2017년 매출 중 12%(743억엔·7222억원)를 차지할 만큼 핵심 지식재산권(IP)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처음 나온 건담이 ‘로봇’이 아니었다는 것은 마니아 층이 아니면 쉽게 알 수 없는 중요한 사실 중 하나다.

기동전사 건담. / 선라이즈 제공
1975년 ‘용자 라이딘’을 만든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손에서 태어난 ‘기동전사 건담’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최초로 어린이가 아닌 10대 청소년 이상 시청자를 타겟으로 기획된 애니메이션이다.

1979년 일본 현지 TV방송을 통해 공개된 건담 애니메이션은 이제까지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다루지 않았던 사실적인 전쟁과 캐릭터의 인간 드라마, 로봇이 아닌 ‘모빌슈트’란 인간형 이족보행 거대 병기를 보여주는 등 로봇 애니메이션계에 혁명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건담 핵심 캐릭터 샤아 아즈나블은 당시 스폰서에게 미움을 받은 캐릭터다. / 선라이즈 제공
‘기동전사 건담’이 처음부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다. 1979년 방영 당시 평균 시청률은 일본의 서쪽인 나고야 지역이 9.1%, 동쪽인 관동 지역이 5.3%였다. 건담이 인기를 끌지 못하자 제작비를 지원한 스폰서가 ‘샤아처럼 어두운 캐릭터가 원인’이라며 중요 캐릭터인 샤아를 좌천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중·고등학생들로부터 ‘왜 샤아가 안 나오냐’는 등 항의 편지가 빗발치자 제작사인 선라이즈는 스폰서를 설득해 본래 시나리오대로 방영을 한다.

건담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애니메이션 이야기 후반부터다. 애니메이션 전문 잡지에서 건담 특집 기사가 다뤄지는 등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건담 팬층이 형성된 것이다.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건담의 인기 상승으로 애니메이션 마지막화에서 죽을 예정이던 주인공 ‘아무로 레이’가 목숨을 건졌으며, 팬들의 열화같은 요청에 따라 재방송이 결정됐다.

건담 애니메이션 마지막편에 등장하는 명장면. / 야후재팬 갈무리
건담 애니메이션은 1981년 재방송때 관동 지역 기준 17.9%, 1982년 재방송때는 나고야 지역에서 최고 시청률 29.1%를 기록했다.

애니메이션의 인기 급상승은 건담 프라모델(건프라)의 메가 히트로 이어졌고, 이는 장난감 기업 반다이의 성장 발판이 됐다.

◇ 건담은 본래 로봇이 아니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건담에 대한 아이디어는 1974년작 SF애니메이션 ‘우주전함 야마토’로부터 출발했다. 야마우라 에이지 선라이즈 대표는 야마토 애니메이션이 일부 성인 마니아를 타겟으로 캐릭터 사업을 한다는 자료를 입수했다. 그는 30만~40만명쯤 열광적인 팬을 확보한다면 캐릭터 비즈니스가 성과를 낼 것으로 판단했다.

건담의 우주전쟁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는 1978년 나온 SF애니메이션 ‘15소년 표류기’에서 따온 것이다. 야마우라는 우주선에 탄 소년소녀가 우주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성장하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1978년 11월에는 ‘프리덤 파이터’란 이름으로 애니메이션 기획이 진행됐다. 당시 건담은 로봇이 아닌 우주전투복인 ‘파워드수트’였으며, 건담 메카닉 디자이너인 오오카와라 쿠니오는 2.5m 높이의 공격형 기동보병으로 건담을 디자인했다.

퍼스트 건담인 ‘RX-78’. / 선라이즈 제공
하지만, 1983년까지 존재했던 장난감 제조사이자 건담 애니메이션 메인 스폰서였던 클로버는 파워드수트가 아닌 로봇으로 만들어 달라고 선라이즈측에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건담이 마징가Z와 비슷한 높이인 18m 로봇으로 제작된 결정적 이유가 됐다.

한편, 토미노 감독은 1978년작 미국 영화 ‘콘보이(Convoy)’와 당시 유명했던 남성 배우 찰스 브론슨의 ‘멘담’ 광고의 멘트를 결합해 ‘건담’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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