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21세기 폭스를 두고 월트디즈니(이하 디즈니)와 컴캐스트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미국 최대 케이블 사업자 컴캐스트는 디즈니가 인수하기로 합의한 21세기 폭스에 월트디즈니보다 19% 많은 인수 금액을 제시했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컴캐스트는 21세기폭스 인수금액으로 650억달러(70조3950억원)를 제안했다. 이는 21세기폭스 한 주를 35달러(3만7900원)로 환산한 금액으로, 전액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21세기 폭스가 가진 영화, TV 스튜디오, 위성방송, 케이블 채널을 사들이는 것으로 머독 소유의 언론사(폭스뉴스, 폭스방송네트워크, 월스트리트저널)는 인수 대상에서 빠졌다. 디즈니는 이르면 올해 12월, 늦어도 2019년 6월 안에 거래를 완료할 계획에 따라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컴캐스트가 디즈니 인수에 뛰어들면서 상황 변화는 불가피하다. 컴캐스트는 미국 연방법원이 미국 2위 통신업체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사실상 승인한 다음 날 21세기 폭스에 인수를 제안했다.
21세기 폭스 이사회는 컴캐스트의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주주에게 공지해야 한다. 만약, 21세기 폭스가 컴캐스트의 손을 잡기로 한다면 그로부터 5일 이내(영업일 기준)에 디즈니 역시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 21세기 폭스는 "컴캐스트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7월 10일 열릴 주주총회를 연기할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컴캐스트와 디즈니의 전쟁은 결국 머독의 선택에 달렸다. 로이터는 "인수금액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하겠다는 컴캐스트의 제안을 수용한다면 21세기 폭스 지분 17%를 소유한 머독 가족은 수십억 달러의 자본 이득세를 내야 할 수도 있다"며 컴캐스트의 제안에 수정이 가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 넷플릭스가 촉발한 미디어 업계 M&A 전쟁
컴캐스트와 디즈니는 넷플릭스, 구글 등 전통 미디어 기업이 아닌 콘텐츠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21세기 폭스 인수에 혈안이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13일 "모든 전통 미디어 회사는 넷플릭스를 어떻게 치고 올라서서 이 게임에서 이길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와 구글 등이 자체 콘텐츠를 제작, 온라인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콘텐츠를 유통하면서 컴캐스트, 디즈니와 같은 전통 미디어 기업은 위기에 처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넷플릭스 목표 주가를 390달러(42만2500원)에서 490달러(53만800원)로 인상하는 등 넷플릭스의 장래를 밝게 점쳤다. 넷플릭스 주가는 올해만 90% 상승했고, 시장 가치는 지난 1년 동안 약 960억달러(103조9968억원)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법무부의 승인을 얻은 AT&T는 타임워너와 합병하면서 TV, 케이블 프로그램, 무선 및 광대역 서비스까지 전례없이 넓은 범위의 자산을 거느리며 미디어 업계에 엄청난 위협을 줄 것"이라며 "AT&T, 타임워너는 물론 21세기 폭스, 컴캐스트 등 미디어 업계 경영진은 넷플릭스에서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기술 기업이 혼란을 일으킨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컴캐스트는 21세기 폭스 인수 제안과 별도로 유럽의 유료TV 제공업체 스카이 인수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