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각각 3조원, 1조원을 투자해 전자상거래(E커머스)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오프라인 매장, 물류 시설과 브랜드 등 ‘계열사간 시너지’를, 신세계그룹은 ‘대규모 물류 센터’를 각각 육성 전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여기에 가장 중요한 ‘어떻게’가 없다.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어떻게 통합하고 무슨 시너지를 낼 것인지, 대규모 물류 센터를 어떤 기술로 관리하고 어느 부문과 접목할 것인지 밑그림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 공룡 아마존의 사례를 미루어 보면, ‘어떻게’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가 ICT와 디지털 전환이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ICT 바탕의 물류 혁신을 이끌었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아마존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음성인식, 빅데이터 소비자 분석, 드론·로봇 배송 등 ICT를 연구·개발하며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유통가도 가상·증강현실 쇼핑몰, 인공지능 챗봇 등 ICT 서비스를 선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완성도는 국외 업체의 서비스와 비교할 때 뒤쳐진다. 업데이트도 늦다.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면, 구색 맞추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초거대 공룡 기업인 미국 GE(General Electric Company)가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이하 다우지수)에서 퇴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다우지수는 미국 뉴욕 증권시장 내 우량 종목 30개를 토대로 산출한다. GE는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세우고 ‘경영의 신’ 잭 웰치가 일군 기업이다. 미국 제조업의 영광을 이끈 기업이 더이상 우량 기업도, 매력적인 기업도 아니라는 얘기다.

2000년대 초 GE는 고수익 금융 산업에 의존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2015년부터 데이터 분석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업을 펼치며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지만, 본업도 지키지 못하고 디지털 전환도 늦어져 다우지수에서 퇴출됐다. GE가 1896년 다우지수 출범 원년 기업 중 유일하게 생존한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팎의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온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 아마존이 좋은 예고, GE는 반면교사할 예다. 국내 유통가가 GE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더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