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탄생해 애니메이션 업계로부터 ‘로봇 애니메이션의 혁명’이라 평가받는 ‘마크로스’ 시리즈는 전투기에서 로봇으로 3단 변신하는 ‘발키리’와 여주인공이 들려주는 감미로운 노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사이에 펼쳐지는 ‘삼각관계’ 등이 큰 특징이다.

린 민메이. / 야후재팬 갈무리
린 민메이. / 야후재팬 갈무리
원조 마크로스인 1982년작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는 여주인공 ‘린 민메이’가 노래와 삼각관계 이야기를 끌어가는 핵심 캐릭터로 활약했다. 마크로스 탄생 25주년 기념작인 ‘마크로스 프론티어’에서는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멋진 노래와 함께 끝나지 않는 사랑 이야기를 선사한다.

1982년부터 지금까지 36년의 세월 속에 탄생된 마크로스 시리즈의 여주인공과 각 작품의 특징을 정리했다.

◇ 1982년 마크로스, ‘린 민메이’

‘린 민메이’는 1982년작 SF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 등장해 애니메이션 업계 최초로 ‘버추얼 아이돌’ 칭호를 얻은 여성 캐릭터다.

평범한 소녀에서 외계인 젠트라디와의 전쟁을 끝낸 영웅으로 추대받아 마크로스 세계관에 영원히 이름을 남겼으나, 자신이 사랑하던 주인공이자 로봇으로 변신하는 전투기 VF-1 발키리의 파일럿 ‘이치죠 히카리’를 다른 여자(하야세 미사)에게 뺏기는 아픔을 겪는다. 극 중에서 그녀는 싱글인채로 가수의 인생을 걷는 것으로 그려진다.

린 민메이. / 야후재팬 갈무리
린 민메이. / 야후재팬 갈무리
애니메이션 설정 자료 서적인 ‘마크로스 퍼팩트 메모리’에 따르면 린 민메이는 캐릭터 디자이너 ‘미키모토 하루히코(美樹本晴彦)’가 그린 차이나드레스를 입은 여성 스케치에서 탄생했다. 애니메이션 기획 초기에는 미사와 이치죠 사이에 존재하는 연예 삼각관계 구도를 위한 캐릭터에 불과했지만 제작 과정 중에 행성간 전쟁을 끝내는 중요한 위치에 서는 캐릭터로 발전됐다.

린 민메이가 지구인과 젠트라디인과의 전쟁터에서 부른 노래 ‘사랑 기억하십니까’는 1939년 독일 여가수 ‘라라 안데르센’이 부른 가요 ‘리리 마르렌(Lili Marleen)’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이 노래는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사용됐지만, 독일군에 대항해 싸우던 영국군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다. 고향에 남겨진 연인에 대한 추억을 담은 이 노래는 독일군은 물론 당시 적국이던 영국군 병사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 곡으로도 유명하다.

민메이 캐릭터 성격은 TV판과 극장판이 서로 다르다. TV판의 경우 ‘제멋대로’ 사는 캐릭터에 가깝지만, 극장판에서는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노력가 스타일의 캐릭터로 변경됐다.

◇ 1992년 마크로스2, ‘이슈타르’

마크로스 10주년 기념작으로 만들어져 1992년 공개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2’는 ‘이뮬레이터’란 여성이 부르는 노래로 젠트라디 병사를 세뇌해 전장에 내세워 싸우는 외계인 마르두크와 인류의 전투를 그렸다.

이슈타르. / 야후재팬 갈무리
이슈타르. / 야후재팬 갈무리
마크로스2의 여주인공은 주인공 히비키가 침몰하는 적의 전함에서 구출한 이뮬레이터 ‘이슈타르’다. 전쟁의 도구로 사용되던 이슈타르는 지구 문화와 지구인의 강한 사랑의 힘에 충격을 받는다.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서 그녀는 사랑의 노래를 전장에 바친다.

마크로스2는 마크로스 시리즈의 3대 요소로 평가받는 ‘가변 전투기 발키리’와 ‘연애 삼각관계’, ‘노래’가 담겨있다.

1992년 오리지널애니메이션비디오(OVA)용 콘텐츠로 출시된 마크로스2는 모든 내용을 6편 분량으로 압축하는 바람에 이야기가 너무 급하게 진행되고 그림도 본래 캐릭터 디자인을 잘 살리지 못하는 등의 문제로 애니메이션 팬은 물론 마크로스 각본가겸 발키리 메카닉 디자이너인 카와모리 쇼우지(河森正治)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1994년 마크로스 플러스, ‘샤론 애플’

1994년 OVA로 출시된 ‘마크로스 플러스’의 아이돌 역할 여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 캐릭터인 ‘샤론 애플’이다.

샤론 애플. / 야후재팬 갈무리
샤론 애플. / 야후재팬 갈무리
샤론 애플은 주인공 이사무의 소꼽친구이자 연인인 ‘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탓에 인간 이사무를 사랑하게 되며, 사랑 라이벌인 뮨은 살해 위협을 받는다. 샤론은 인공지능을 편애하는 엔지니어 손에 의해 자아를 가지게 되는 동시에 마크로스 시티를 지배한다. 주인공은 연인인 뮨을 구하기 위해 마크로스 전함 통제권을 손에 넣은 샤론에 맞서 싸운다.

마크로스 플러스는 발키리의 화려한 공중전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에는 분명 좋은 노래와 삼각관계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멋진 공중전투 연출에 의해 묻혀버릴 정도다.

샤론 애플의 홀로그램 라이브 무대 연출은 이후 등장한 ‘마크로스 프론티어(F)’의 인기 여성 아이돌 ‘셰릴 놈’의 무대 연출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 1994년, 마크로스7, ‘밀레느 프레아 지너스’

1994년 공개된 ‘마크로스 세븐(7)’은 마크로스 시리즈의 대중 인지도를 되살리기 위해 기획된 정통 후속작으로 마크로스 시리즈의 원작자로 통하는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와 각본가 토미타 스케히로(富田祐弘), 캐릭터 디자이너 ‘미키모토 하루히코’ 등 마크로스 제작 멤버가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밀레느 프레아 지너스. / 야후재팬 갈무리
밀레느 프레아 지너스. / 야후재팬 갈무리
‘노래하는 파일럿’이란 아이디어에서 탄생된 이 작품은 남성 주인공인 ‘넷키 바사라’가 애니메이션 속 록밴드 ‘파이어봄버’의 보컬과 리드 기타를 맡고, 여주인공 밀레느는 베이스 기타를 담당하는 등 마크로스 시리즈 중 ‘이색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전 마크로스 시리즈의 ‘삼각관계’는 한 명의 남자 주인공을 두고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다투는 구도였지만, 마크로스7은 그 반대이며 분홍색 롱헤어의 말괄량이 아가씨 밀레느의 사랑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에서 크게 주목받지 않는다.

마크로스7에 담긴 노래는 1995년에 40만장이 팔릴만큼 큰 인기를 얻었으며, 해당 앨범은 그해 일본골드디스크대상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이 됐다.

◇ 2002년 마크로스 제로, ‘사라 놈’

2002년 마크로스 시리즈 탄생 20주년 기념작으로 제작된 ‘마크로스 제로’는 원작인 마크로스에서 그려진 외계인과의 전투가 발발하기 7개월 전의 지구를 무대로 삼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마크로스 시리즈 최초로 3D 그래픽 기술을 채용해 사실감 있으면서도 박력 있는 발키리 공중전투를 그려냈다고 평가받는다.

사라 놈. / 마크로스월드 갈무리
사라 놈. / 마크로스월드 갈무리
마크로스 제로의 여주인공은 마얀섬의 고대문명을 지키는 16살 소녀 ‘사라 놈’이다. 신비한 노래의 힘을 간직한 그녀는 이야기 최종부에서 ‘새인간(鳥の人)’과 융합해 끝판왕으로 등극한다. 그녀는 주인공에 의해 의식을 되찾지만 애니메이션 속에서 언급된 전설처럼 우주로 사라지고 만다.

◇ 2008년 마크로스F, ‘랑카 리 & 셰릴 놈’

2008년 마크로스 탄생 25주년 기념작으로 제작된 ‘마크로스F’에서는 ‘랑카 리’와 ‘셰릴 놈’ 두 명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며, 주인공과의 삼각관계도 결말짓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랑카 리. / 유튜브 갈무리
랑카 리. / 유튜브 갈무리
애니메이션에서는 원작 마크로스에서 맞서 싸우던 지구인과 젠트라디가 우주 이민 선단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비추며, 두 종족이 외계생명체 ‘바즈라’와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그렸다.

셰릴 놈. / 야후재팬 갈무리
셰릴 놈. / 야후재팬 갈무리
마크로스F 제작진은 마크로스 시리즈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노래’를 살리기 위해 가수 메이엔(May’n)에게 여주인공 셰릴 놈의 목소리와 노래를 담당하게 했으며, 또 다른 여주인공 ‘랑카 리’는 오디션을 통해 신인 성우를 발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고로 랑카 리 목소리를 맡은 ‘나카지마 아이’는 50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택됐다.

◇ 2016년 마크로스 델타, 아이돌 유닛 ‘발퀴레’

마크로스 시리즈 최신작인 ‘마크로스 델타(Δ)’의 여주인공은 한 두명이 아닌 총 다섯 명의 아이돌 유닛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애니메이션에서 ‘전술음악유닛 발퀴레’라 불리는데, 자아를 잃고 광폭해지는 의문의 질병 ‘바르 증후군’에 감영된 인간을 노래로 진정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전술음악유닛 발퀴레. / 야후재팬 갈무리
전술음악유닛 발퀴레. / 야후재팬 갈무리
마크로스 델타는 전작인 ‘마크로스 플러스’와 ‘마크로스7’을 융합해 탄생시킨 작품이다. 특징은 마크로스 시리즈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삼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작품의 감독을 맡은 카와모리 쇼지는 “연애뿐만 아니라 팀과 적, 아군 등 다채로운 요소를 결합해 만들었다”고 현지 매체 인터뷰서 밝힌 바 있다.

전술음악유닛 발퀴레는 애니메이션을 벗어나 현실세계에서도 음악 활동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야스노 키요노 등 다섯 명의 여성 성우가 일본 현지에서 음악 라이브 활동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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