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가 최고 경영진을 교체하며 미국 정부가 제재 철회 조건으로 제시한 조건 중 하나를 이행했다.

5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ZTE은 독일 사업 책임자 출신인 쉬쯔양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인사관리 책임자 등 C레벨 임원을 교체했다. 쉬쯔양은 1998년 프로그래머로 ZTE에 입사해 2014년부터 2년 동안 독일 사업부를 이끌었다.

ZTE 홈페이지에 미국 정부 규제 조치에 대한 성명문이 올라온 모습. / ZTE 홈페이지 갈무리
ZTE 홈페이지에 미국 정부 규제 조치에 대한 성명문이 올라온 모습. / ZTE 홈페이지 갈무리
앞서 인이민 전 ZTE 회장과 그가 이끌었던 고위경영진과 이사회는 6월 29일 사표를 제출했고, 6월 30일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이사진 8명을 새로 선출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제재 철회안을 약속한 대신 요구한 조건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 상무부는 4월 ZTE가 미국의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추가 제재를 내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ZTE가) 10억달러(1조786억원)가 넘는, 아마 13억달러(1조4021억8000만원) 정도의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새로운 경영진을 요구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제재 철회를 시사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6월 7일 ZTE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대신 10억달러(1조1060억원)의 벌금과 이사회∙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냈다.

다만, 미 상원이 ZTE 제재 완화를 취소하는 것은 물론 미국 정부 기관이 ZTE와 화웨이의 장비나 서비스 구매·임대를 금지하는 내용을 국방수권법에 담아 통과시킨 것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ZTE 제재 해제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