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구글∙페이스북을 압박하기 위해 추진 중이던 저작권법이 유럽의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이날 EU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반대 318표, 찬성 278표, 기권 31표로 부결시켰다.

EU 집행위원회가 2년 전에 처음 제안한 새로운 저작권법은 인터넷 기업에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는 대신 언론사와 같은 콘텐츠 소유자와 음반사 등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콘텐츠 제작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비틀즈 멤버인 폴 매카트니는 유럽의회에 "일부 인터넷 플랫폼은 음악가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거부하면서 돈을 버는 등 음악 생태계를 위험에 빠트린다"고 찬성 입장을 표하는 등 음악가와 영화사를 중심으로 지지를 받았다.

5월 25일부터 시행된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설명 이미지. / EU GDPR 홈페이지 갈무리
5월 25일부터 시행된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설명 이미지. / EU GDPR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유럽의회는 저작권법 개정안에 담긴 두 가지 내용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부결시켰다. 문제가 된 11조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IT 기업이 언론사 기사 등 콘텐츠를 노출할 경우 언론사가 이들 기업과 대가에 대한 협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13조는 유튜브 등 플랫폼 기업이 자사에 올라오는 콘텐츠에 담긴 저작권을 확인한 뒤, 저작권이 없는 콘텐츠가 담겼을 경우 업로드를 금지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음반사는 오랫동안 유튜브가 자사에 올라온 콘텐츠의 저작권 소유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유럽 의회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대표인 캐서린 실러 의원은 "13조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아직 균형을 이루지 못한 법안이다"고 말했다.

IT 업계는 저작권법 개정안 부결로 한시름 놓았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술 기업은 그동안 유럽의회에 로비스트를 보내 저작권법 개정을 저지하려 애썼다. EU가 5월부터 한층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법(GDPR)을 선보인 이후 IT기업의 책임이 강화된 상황에서 또다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우려 때문이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술 기업을 대표하는 컴퓨터 및 통신산업 협회 수석 정책 관리자 모드 샌퀴는 "오늘 투표는 유럽의회가 온라인 기업이 제기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한편, EU 의회는 9월 다시 한번 저작권법 개정안을 놓고 투표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