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가 5세대 3차원(3D) V낸드 양산에 돌입하며, 경쟁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또 한 번 벌렸다.

최근 중국은 3D 낸드플래시 자체 생산 의지를 드러내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 위기감을 불어넣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초격차 전략을 내놓음에 따라 후발주자의 추격 의지를 꺾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의 256기가비트(Gb) 5세대 3D V낸드.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256기가비트(Gb) 5세대 3D V낸드. / 삼성전자 제공
1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5세대 3D V낸드 양산은 평택 캠퍼스에서 5월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한 달 뒤인 6월부터 생산 완료한 5세대 3D V낸드를 기반으로 컴퓨터, 서버 시스템 등에 탑재할 수 있는 완제품 형태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양산에 성공했다.

반도체 업계는 애초 삼성전자의 5세대 3D V낸드 양산 시점을 3분기 이후로 봤다. 삼성전자도 올 4월 진행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5세대 3D V낸드 로드맵에 대한 질문에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5세대 3D V낸드 양산을 업계 예상보다 최대 반년쯤 앞당긴 셈이다.

5세대 3D V낸드는 데이터가 저장되는 3D 셀을 90단 이상으로 쌓아올린 첫 상용화 제품이다. 64단 적층 제품이었던 기존 4세대 3D V낸드와 비교해 성능과 용량, 생산성을 30%쯤 높였다. 2017년 말 기준으로 3D V낸드 생산 비중이 80%를 넘어선 삼성전자는 5세대 3D V낸드 양산을 기점으로 3D 낸드플래시 시장 장악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

기존 평면(2D) 낸드플래시의 집적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층 구조를 채택한 3D 낸드플래시의 역사는 삼성전자 3D V낸드의 역사와도 같다. 삼성전자는 ▲2013년 7월 1세대(24단) 3D V낸드를 처음 양산한 데 이어 ▲2014년 8월 2세대(32단) 3D V낸드 양산 ▲2015년 8월 3세대(48단) 3D V낸드 양산 ▲2017년 1월 4세대(64단) 3D V낸드 양산에 이르는 최초 기록을 써내려왔다.

후발 업체도 일제히 5세대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른 곳은 없다. 이 시장 3위 업체인 웨스턴디지털은 2017년 6월 업계 2위 업체인 도시바와 협력해 5세대 96단 3D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이슈를 선점했다. 하지만 양산 계획은 감감무소식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중으로 5세대 3D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을 완료해고 내년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에 미칠 영향도 관전 포인트다. 중국 칭화유니그룹 자회사 YMTC가 연내 32단 3D 낸드플래시의 양산 계획을 밝힌 가운데, 최근에는 역시 UNIC 메모리 테크놀로지라는 업체가 64단 3D 낸드플래시도 생산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이는 아직 시제품 단계로 상용화 단계를 밟기 위한 의미 있는 수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결국 현재 중국의 3D 낸드플래시 기술력이 32단 제품 양산을 준비하는 수준이라고 보면, 삼성전자와는 4년 이상 격차가 나는 셈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5세대 3D V낸드부터는 적층 단 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는 3D 낸드플래시 적층 공정상 5세대는 96단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5세대 3D V낸드 역시 실제 적층 단 수는 96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업체별로 세부 공정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세대라도 적층 단 수가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5세대 3D V낸드부터는 적층 단 수가 100단에 근접하면서 숫자상 몇 단 높고 낮은 게 의미가 없게 됐다"며 “세대별 구분을 위해 대략적인 단 수만 표기하되 실질적인 성능 향상 등에 초점을 두고 차세대 제품의 이점을 강조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