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에서는 스텔스 전투기 중 가장 먼저 실전에 투입된 ‘F-117A 나이트 호크’의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 F-117A는 어떤 비행기인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스텔스기가 왜 그리 위력적인가’ 하는 점을 생각해보자. 물론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적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F-117A는 공중전 능력이 없고(기관포나 미사일 같은 공대공 병기 자체가 없다) 폭탄이라야 달랑 2발을 탑재하는데, 그 위력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것이었다.
스텔스 병기가 위력적인 것은 적의 레이더에 안 잡히기 때문에 아주 편안한 상황에서 병기를 발사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마치 저격수처럼 일격필살을 할 수 있으니 병기 2발만 탑재하고서도 엄청난 전과를 올릴 수 있었다.
F-117A는 1977년에 실험기체가 첫 비행 했고, 시제기가 1981년에 처음 비행한 뒤 1982년 4월에 양산 1호기가 출고됐다. 이후 1990년까지 59대가 생산됐다. 무장은 이미 설명한 대로 동체 하부 폭탄창에 2000파운드급 폭탄 2발을 실을 수 있다. 만일 크기가 작은 폭탄이라면 여러 발 실을 수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2000파운드급 폭탄 2발을 탑재하고 작전에 투입됐다.
F-117A의 실전투입은 양산 14호기가 공군에 인도된 시점이던 1983년 10월 미군의 그레나다 침공 때 처음 이루어질 뻔했지만, 출격 45분전에 취소됐다고 한다. 이후 1986년 카다피를 제거하기 위한 리비아 공습작전에서도 투입될 뻔했으나 역시 이륙 1시간전에 출격이 취소됐다.
F-117A의 본격적인 실전투입은 역시 1991년 걸프 전쟁이었다. 당시 이 지역에 전개한 F-117A는 모두 42대였으며,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의 성능을 살려 이라크 중요 목표물의 대부분을 공격했다.
개전 첫날 F-117A는 바그다드 남서쪽 등 여러 곳의 이라크군 지휘 관제센터와 이라크 서부의 비행장, 바그다드 시내의 통신센터, 공군 사령부, 대통령 관저 등에 레이저 유도폭탄을 투하하여 파괴하는 등 이라크 전략 목표의 31%를 파괴했다.
전쟁 전 기간 중 미군이 동원한 전술기 대수의 불과 2.7%밖에 안 되는 42대의 스텔스기는 미군이 설정한 주요 목표물의 40%를 파괴했다. 전쟁 기간에 총 출격 횟수는 1299번, 투하한 폭탄 수는 2065발이었으며, 80%가 목표에 명중했다. (명중하지 못한 20%는 조준장치의 부조화나 구름 등으로 인한 레이저 유도장애, 기타 파일럿의 조작 실수, 폭탄 자체의 고장 등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스텔스기의 위력에 대해 미 공군이 공개한 작전이 있는데, 바그다드 교외의 원자력 발전소 공습 작전이었다.
이 발전소를 파괴하기 위해 미 공군은 공격기 32대, 제공전투기 16대, 방공망제압기 12대, 공중급유기 15대의 총 75대로 편성된 폭격부대를 출격시켰으나 이라크군의 대공포화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 미 공군은 F-117A 스텔스기 4대와 공중급유기 1대를 출동시켜 원자로 2기를 파괴하고 1기에 손상을 입혔다. 미 공군은 같은 날 F-117A 스텔스기 4대와 공중급유기 1대를 재출격시켜 원자력 발전소를 완파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75대 규모의 폭격부대가 성공하지 못한 일을 F-117A 8대와 공중급유기 2대로 해결한 것이다. 이 사건은 스텔스기에 의한 폭격작전의 새로운 장이 열렸음을 뜻하는 일이었다.
◇ F-117A 격추사건
구유고슬라비아의 코소보 자치주에서 분리독립을 추진하자 이들을 무력탄압한 세르비아를 응징하기 위해 1999년 3월부터 나토는 세르비아에 대한 공습작전을 벌였다.
‘얼라이드 포스(Allied Force)’라 이름 붙여진 이 작전은 물론 미국이 중심이었으며 니미츠급 원자력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 함의 함재기 및 서유럽 각지에서 출격하는 미공군기들이 대대적인 공습을 벌였다.
이 공습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1999년 3월 27일 밤에 스텔스기인 F-117A가 격추된 것이었다. 1991년 걸프 전쟁에서 강력한 이라크군 방공망 앞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공습을 벌여 엄청난 전과를 올린 F-117A가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되었다는 것은 전 세계가 경악할만한 사건이었다.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는 비밀 레이더가 동유럽에서 발명되어 세르비아가 이것을 입수했다든가, 우연히 맨눈으로 스텔스기를 보고 마구잡이로 미사일을 쏘아대 운 좋게 한발이 명중했다든가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르러 당시 세르비아군 미사일 포대를 지휘하던 장교의 증언이 공개됨으로써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된다.
F-117A가 걸프 전쟁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이고 나서 스텔스기에 대한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들 서적에서는 스텔스기가 폭격을 위해 폭탄창을 열었을 때 레이더에 포착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열린 폭탄창 자체가 하나의 큰 돌기물이 되고, 게다가 폭탄창 내부가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에 레이더파를 여러 방향으로 많이 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폭탄 2발을 떨어뜨리기 위해 잠시 여는 것이므로 이것이 실전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은 없었다
이런 방법으로 스텔스기의 접근을 알아챈 세르비아군은 스텔스기가 방공망 제압기의 호위를 동반하지 않은 점을 이용해 레이더를 켜고 F-117A가 폭탄창을 여는 순간을 포착, 짧은 순간 록온에 성공하여 SA-3 지대공 미사일 2발을 발사해 격추한 것이었다.
◇ 스텔스기 격추사건 그 후
아무튼 이 대단한 스텔스기 F-117A는 한반도에도 여러 차례 순환 배치되다가 2008년 4월 22일자로 남은 53대(생산수 59대 중 사고손실 5대, 피격추 1대) 전기체가 퇴역했다.
이후 F-117A의 뒤를 이어받은 스텔스 전투기는 F-22 랩터이다. F-117A와는 달리 본격적인 공중전 성능을 가진 F-22는 스텔스 성능과 함께 추력변향 엔진 노즐을 장비해 초(超)기동성까지 실현한 기체다.
이와 함께 F-22를 보조하는 스텔스 전투기로서 최근 실전배치가 시작된 기체가 바로 한국에서도 도입하려고 하는 F-35다.
21세기 들어 미군은 전쟁에서 자기편 기체가 단 한대도 격추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는데, 최근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미 공군이 전자전 공격기인 EA-18G 그라울러의 도입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전자전 공격기의 전력을 크게 확충하여 스텔스기의 출격에서도 지원용 SEAD 항공기(방공망 제압기)를 동행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비행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F-117A도 지원기체 전혀 없이 작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공중전 성능까지 갖춘 F-22나 F-35의 출격에 전자전 공격기를 지원기체로 투입한다는 것은 스텔스 성능에도 불구하고 구유고슬라비아에서의 피격추를 교훈 삼아 사전에 최대한 적 레이더를 때려 부수고 나서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를 투입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역시 미국은 참 철저하고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승식' 현직 공인회계사(우덕회계법인)는 군사 무기 및 밀리터리 프라모델 전문가로, '21세기의 주력병기', 'M1A1 에이브람스 주력전차', '독일 공군의 에이스', 'D 데이', '타미야 프라모델 기본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저술하였으며, 과거 군사잡지 '밀리터리 월드' 등을 발간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승식씨는 현재 월간 '디펜스타임즈'등 군사잡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 프라모델 관련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