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 인수를 포기했다. 중국 경쟁 당국이 퀄컴의 NXP 인수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의 빅딜로 주목받은 퀄컴과 NXP 간 인수합병(M&A)이 무산됐다. 이로써 퀄컴은 미중 무역 분쟁의 희생양이 됐다. 퀄컴은 NXP에 계약 해지 수수료로 2조2238억원을 물어줘야 한다.
25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티븐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NXP를 인수하려면 계약을 해지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퀄컴은 300억달러(33조5760억원)를 들여 자사주를 매입한다.
하지만 퀄컴은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덫에 갇혔다. 2017년 매출액의 3분의 2를 중국에서 거둔 퀄컴은 NXP 인수와 관련해 중국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미국, 한국, 유럽 등 각국 규제 기관은 퀄컴의 NXP 인수를 승인했다. 반면, 중국 반독점 당국은 NXP 인수 계약 마감 시한인 25일 저녁까지도 인수 승인을 발표하지 않았다. 퀄컴은 중국이 NXP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인수 포기를 선언한 셈이다. 퀄컴은 NXP 인수 포기에 따라 20억달러(2조2384억원)에 달하는 계약 해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움직임이 퀄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업계 정설로 통한다. 트럼프 정부는 4월 중국 통신 장비 업체 ZTE에 추가 제재를 내리자, 당시 중국 당국은 "퀄컴의 NXP 인수는 시장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ZTE 제재에 대한 완화를 시사한 후 중국 당국은 유화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전쟁으로 퀄컴이 NXP 인수를 승인받지 못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