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그동안 장악한 의류건조기 시장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다. 가전업계에서는 14㎏급 대용량 건조기를 먼저 내놓은 삼성전자가 시장 선점에 성공하며 종전 건조기 시장 70%를 장악했던 LG전자의 시장점유율에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가전양판점 관계자는 “7월 1~25일 기준 용량별 건조기 판매대수 비중은 14㎏급이 60%, 9㎏급은 40%쯤 된다”며 “출시한지 반년도 안 된 14㎏급 건조기가 9㎏급 건조기 판매대수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비자의 건조기 구매 트렌드가 최근 14㎏급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금액 기준으로 보면 매출에서 14㎏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그랑데 건조기(왼쪽)·LG전자 트롬 건조기. / 각사 제공
삼성전자 그랑데 건조기(왼쪽)·LG전자 트롬 건조기. / 각사 제공
건조기 시장 규모는 2016년 10만대였지만 2017년 60만대로 1년 만에 6배 증가했다. 2018년에는 100만대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LG전자의 건조기 시장 점유율은 70%쯤에 달했다. 2017년 3월 국내에 건조기를 첫 출시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 수준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3월 기존 9㎏ 용량의 1.5배가 넘는 14㎏ 용량 건조기를 LG전자 보다 먼저 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세탁기보다 건조기 용량이 적어 크기가 큰 세탁물을 한 번에 건조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불편 사항을 빠르게 반영해 제품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14kg 건조기 시장에서 자사 ‘그랑데’ 건조기 점유율이 60%(1~5월 기준)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판매된 삼성전자 건조기 매출액의 절반을 책임졌다. 경쟁사인 LG전자에 앞선 출시로 선점 효과를 거둔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두꺼운 이불 등 많은 양을 한꺼번에 건조할 수 있는 14㎏급 건조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을 전망해 일찍 제품을 내놨다”며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부담이 줄어들수록 14kg급 건조기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여름철 건조기 수요 증가에 따라 주문이 폭증하면서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하루 단위로 유통 매장별 판매 현황·재고 등을 반영하고, 소비자가 주문 다음날 제품을 받아 볼 수 있는 ‘즉시 배송 체제’를 구축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 대비 2개월쯤 늦은 5월 말 14kg급 건조기를 출시했다. 예정대로라면 4월 말부터 배송 예정이던 LG전자 14㎏ 건조기는 당시 신제품 검증 절차 지연으로 생산 일정이 지연됐다. 70%에 달했던 점유율 수성에도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LG전자는 2017년 3월 삼성전자가 국내에 건조기를 출시한 이후 시장이 급격히 팽창한 만큼 경쟁에 의한 장기적인 시장 확대는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또 기존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대용량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건조기 시장 급성장에도 국내 건조기 보급률은 아직 10% 내외로 추정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LG전자만의 핵심부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건조기 시장을 지속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