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디지털 카메라 등 IT 기기는 여름 휴가에 재미를 더한다. 하늘에서 사진·영상을 담는 항공 촬영 드론, 안전운행을 돕는 차량 블랙박스, 외장 배터리와 휴대용 선풍기 등도 좋은 도구다.

하지만, 여름은 IT 기기 고장이 자주 발생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침수 혹은 결로로 인한 고장, 과열이 야기한 외관 파손 및 폭발 등 원인과 유형도 다양하다. 여름 휴가철 IT 기기 고장을 막는 방법, 고장 시 대응법을 살펴본다.

◇ 자주 일어나는 ‘침수’ 피해, 방수팩 꼼꼼히 밀봉할 것…침수 시 전원 켜는 것은 금물

바다, 계곡, 수영장 등 물가에서는 스마트폰 혹은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다른 이의 동의 없이 사진을 찍는 것은 애초부터 예의가 아닌데다, IT 기기와 물은 상극이다.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용 ‘방수팩’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나, 이들 제품이 완전 방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방수팩 사용 전 지퍼나 스위치 등 방수 여부를 꼼꼼하게 파악해야 한다. 방수팩 파손 유무도 살펴봐야 한다. 방수팩 내부에 휴지를 넣고 밀봉한 후 물에 넣는 테스트를 거쳐도 좋다.

사용 중 물이 샌 방수팩(왼쪽), 본체가 파손돼 방수 기능을 잃은 방수팩. / 한국소비자원 제공
사용 중 물이 샌 방수팩(왼쪽), 본체가 파손돼 방수 기능을 잃은 방수팩. / 한국소비자원 제공
방수팩에 넣은, 혹은 방수 기능을 갖춘 IT 기기라 해도 ‘결로현상’에는 속수무책이다. 사용 환경의 온도가 급격하게 바뀔 경우, IT 기기 내외부 온도 차이가 벌어질 경우 부품에 습기가 차거나 물방울이 생긴다.

바닷가 백사장에 방수 IT 기기를 뒀다가 찬 바닷물에 바로 빠뜨리는 경우, 개인용 온천이나 목욕탕에 방수 IT 기기를 가지고 들어갔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 가져가는 경우 결로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결로 현상이 일어나는 온도는 30~40℃쯤으로 낮다.

방수 IT 기기를 사용할 때 내외부 온도가 급격하게 바뀌지 않게, 서서히 바뀌도록 주의해야 한다. 외부에서 IT 기기 사용 후, 방습제가 담긴 가방 안에 넣어 옮기면 좋다.

IT 기기에 생긴 결로 현상은 심하지 않은 경우(습기가 찬 정도) 자연스레 없어진다. 하지만, 물방울이 맺힐 정도로 심하다면 기기 전원을 켜서는 안된다. 전기 부품이 합선돼 고장을 일으켜서다.

IT 기기가 ‘물에 빠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용자가 침수된 기기를 말려 사용하다 더 큰 피해를 부른다. IT 기기가 물에 빠졌다면 바로 건져내 그늘진 곳에서 말려야 한다. 빨리 말리겠다며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거나,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곳에서 말리면 기기 내외부가 변형 혹은 파손될 수 있다.

기기를 말린 후에는 바로 서비스 센터로 가져가야 한다. 겉으로는 침수 피해가 심하지 않아 보이더라도, 기기 내부 기판이나 부품에 물이 들어간 경우 치명적인 고장을 일으킨다. 전원을 켜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수리 가능한 고장을 수리 불가능한 고장으로 키우는 격이다.

IT 기기가 바닷물에 빠졌거나, 기기에 주스 혹은 음료수를 쏟았다면 우선 깨끗한 물로 외관을 씻고 말려야 한다. ‘바닷물의 염분, 음료수의 당분’은 부품 파손은 물론 부식까지 일으킨다.

방수 IT 기기를 바닷가에서 사용하고 나서, 깨끗한 물이나 물을 적신 수건으로 외관에 묻은 염분을 닦아주면 좋다. 1년에 한번꼴로 방수 기능 관련 정기 점검을 받는 것도 추천한다.

◇ IT 기기 배터리는 ‘열’에 취약…고온다습한 곳 피할 것

차량 블랙박스는 여름철 자주 파손되는 기기다. 한여름 한낮에 차량을 야외에 세워두면 내부 온도가 90℃에 육박할 정도로 오른다. 여기에 직사광선까지 내리쬐면 차량 블랙박스의 외장, 내부 전선이나 납땜 등이 녹아내릴 수 있다.

여름에 차량을 주차할 경우, 가급적 햇빛이 내리쬐지 않는 곳을 선택하자. 주차 시 창문을 1~2㎝쯤 열어두면 내부 온도를 많이 낮출 수 있다.

차량 블랙박스 속 저장 메모리가 고열 때문에 파손돼 중요한 순간 영상을 담지 못하는 일도 있다. 차량 블랙박스 저장 메모리의 운용 온도는 85℃쯤이다. 한여름 야외 주차 시에는 차량 블랙박스 저장 메모리를 빼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IT 기기는 대부분 리튬 배터리를 전원으로 사용한다. 리튬 배터리는 부피 대비 운용 효율이 좋지만, 충격과 열에 취약하다. 따라서 차량 내부에 블루투스 스피커, 휴대용·USB 선풍기 등 리튬 배터리를 탑재한 IT 기기를 두는 것은 삼가야 한다.

과열 경고가 뜬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 본체와 배터리 역시 고열에 취약하다. / 차주경 기자
과열 경고가 뜬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 본체와 배터리 역시 고열에 취약하다. / 차주경 기자
디지털 카메라나 항공 촬영 드론을 차량 트렁크에 보관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들 제품 역시 차량 블랙박스처럼 고온 환경에서 파손될 가능성이 있다. 고온은 디지털 광학 기기의 이미지 센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항공 촬영 드론의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보다도 불안정하다. 고온다습한 곳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항공 촬영 드론의 플라스틱 프로펠러도 고온에 약하다. 프로펠러가 휘거나 테두리가 긁힌 경우, 드론의 비행 안정성이 급격히 떨어져 추락을 야기한다. 바로 교체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카메라, 특히 항공 촬영 드론 사용 중 과열 경고가 뜨면 바로 사용을 중단하자. 기기 수명이 줄어들 뿐 아니라, 항공 촬영 드론은 추락 사고까지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