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나노미터(㎚, 10억분의 1m)대 진입을 앞둔 미세공정 한계 돌파를 위해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앞다퉈 도입한다.

ASML의 EUV 노광 장비. / ASML 제공
ASML의 EUV 노광 장비. / ASML 제공
SK하이닉스는 27일 경기도 이천에 3조5000억원을 투자해 M16 신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이 공장에 EUV 노광 장비 전용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EUV 노광 장비 반입을 고려해 M16 공장이 기존 공장보다 투자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은 2020년 10월 완공이 목표다.

삼성전자도 올해 2월 화성 캠퍼스에서 EUV 전용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60억달러(6조7000억원)의 초기 투자금을 바탕으로 2019년 완공, 시험생산을 거쳐 2020년부터 EUV 전용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EUV 노광이랑 반도체 재료가 되는 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포토 리소그래피(Photo Lithography) 기술의 하나다. 현재 10나노대 공정으로 생산되는 반도체는 193㎚ 파장의 불화아르곤(ArF) 광원을 이용한다. 문제는 이 광원으로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리려면 추가 공정 단계가 늘어나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미세공정이 중요한 이유는 같은 면적에 더 높은 집적도를 구현해 반도체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슷한 성능이라도 전력 효율을 크게 향상할 수 있어 고성능과 저전력을 요구하는 첨단 반도체 시장 수요에 적기 대응할 수 있다. 회로 형성을 위한 공정 수가 줄어들어 생산성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EUV는 13.5㎚로 ArF 광원보다 파장이 짧아 더 세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삼성전자도 일찍이 반도체 미세공정 로드맵에서 8㎚ 공정을 EUV 노광 장비 도입 전 마지막 단계로 보고, 7㎚ 공정부터는 EUV 노광 장비 도입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7㎚는 머리카락 굵기의 70만분의 1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EUV 노광 장비 도입으로 2018년 7㎚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 4㎚ 공정까지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7㎚ 공정까지는 기존 ArF 기반으로 해결하고, 5㎚ 공정부터 EUV 노광 장비를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현재까지 가장 많은 EUV 노광 장비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SK하이닉스까지 10나노대 이하 공정 고도화를 위해 EUV 노광 장비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2019년부터 본격적인 장비 확보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EUV 노광 장비는 대당 1500억~2000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화성 EUV 공장에 투입하기 위해 10대 이상의 EUV 노광 장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구매 비용만 최소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현재 EUV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유일하게 생산한다. ASML은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 인텔 등의 지원을 받아 EUV 노광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ASML이 EUV 노광 장비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시선이 많았다. 삼성전자가 2016년 ASML 보유 지분 3% 중 절반을 매각하자 ASML의 EUV 노광 장비 개발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2017년 7㎚ 공정부터 EUV 노광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에 따라 ASML의 EUV 노광 장비 독점 구조는 당분간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