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모색 중인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에 앞서 빠르게 성장하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삼성SDI, LG화학 등 주요 배터리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강력한 신재생 에너지 장려 정책이 나오고 있는 데다, 전기차와 ESS용 배터리 생산 설비를 혼용할 수 있어 향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해서도 ESS용 배터리의 중요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신재생 에너지 기반 에너지 저장 시스템 이미지. / 삼성SDI 제공
신재생 에너지 기반 에너지 저장 시스템 이미지. / 삼성SDI 제공
31일 삼성SDI는 2018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국내외 ESS 시장 호조로 ESS 사업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2분기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전 분기보다 21.9% 늘어난 1조727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그동안 스마트폰, 전동공구용 등으로 주로 쓰이는 소형 배터리 매출 비중이 컸으나, 최근에는 ESS,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증권 업계는 삼성SDI의 중대형 배터리 매출 비중은 지난해 20% 초반대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ESS 시장 성장에 힘입어 30% 초중반대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I에 앞서 24일 실적을 발표한 LG화학도 ESS 및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가 전 분기 대비 20% 성장하며 배터리 사업 부문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2018년 2분기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매출 1조4940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전 분기보다 개선된 270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의 중대형 배터리 매출 비중은 현재 5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ESS는 전력 부하가 낮은 시간대에 전기를 충전해두고, 반대로 전력 부하가 높은 시간대에는 충전된 전기를 활용해 최대 사용 전력량을 감소시켜주는 시스템이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확대함에 따라 가정에서 태양열, 풍력 등으로 에너지를 생산한 후 이를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쓰는 데 꼭 필요한 장치가 ESS다.

삼성SDI와 LG화학은 각국 정부의 ESS 보급 확대 추세에 발맞춰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호주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ESS용 배터리를 포함한 주택용 ESS 솔루션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2016년 9월부터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가중치 부여 등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을 실어주는 추세다.

삼성SDI는 올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세계 최대 규모 ESS용 배터리 공급을 마쳤다. 이어 3월에는 미국 하와이주 카우아이섬의 태양광 ESS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8메가와트시(MWh) 규모의 태양광 발전과 연계해 100MWh의 ESS를 설치한 프로젝트로, 이는 하와이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스템이다.

삼성SDI는 30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ESS 장려 정책에 따라 ESS 수요가 증가해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며 “상업용 ESS는 정부의 촉진 요금제 혜택이 지속해서 감소할 전망이지만, 전력용 ESS는 2019년까지 정부 정책이 현행대로 유지될 것이며, 2020년부터 수요가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올해 3월 글로벌 1위 ESS 업체인 미국 에너지스토리지(AES)와 이 분야 최초로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부터는 세계 최대 규모 가구 업체 이케아의 가정용 ESS 솔루션 ‘솔라파워 포털’에도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LG화학은 24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ESS 생산 능력은 한국과 중국에서 4GWh 수준으로, 2020년쯤에는 10GWh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다"라며 “자동차와 ESS 생산라인이 공용화, 표준화되는 분위기로, 자동차 라인도 일부 활용할 수 있는 만큼 ESS 대응 생산 능력은 더욱 향상될 전망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0년 150억달러(16조1800억원)에서 2025년에는 292억달러(31조52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 올해 상반기 ESS 보급이 지난해 같은 기간(89MWh)과 비교해 20배 증가한 1.8GWh를 기록했다. 이 중 재생 에너지 연계용이 전년 동기 42MWh에서 683MWh로 1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