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공식 출범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가 8월 중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한다.

롯데쇼핑은 롯데 유통 계열사 7곳(롯데백화점·마트·슈퍼·홈쇼핑·하이마트·닷컴·롭스)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합해 시너지를 내는 e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이날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사업본부 내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고 챗봇과 보이스커머스를 비롯한 쇼핑 ICT 기술 및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연구소에는 롯데그룹의 미래전략연구소 인력도 참가해 보이스커머스 등 새로운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사세 확장에 따른 신규 사옥 마련도 검토 중"이라면서 “롯데 e커머스사업본부는 계열사별 개발 인력 1000명도 통합하고 인공지능, 정보통신, 사용자경험, 디자인 등 4개 부문 29개 직무 경력 사원을 2019년까지 400명쯤 더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e커머스사업본부에 5년간 3조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롯데쇼핑은 중소 파트너와의 상생책 구축, 1만1000개 오프라인 채널의 배송 거점화 등으로 2017년 7조원 수준인 매출을 2022년까지 20조원으로 늘리고 온라인 유통업계 1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다.

◇ 초대 수장 51세 김경호 롯데닷컴 대표

롯데쇼핑e커머스사업본부의 초대 수장(전무)은 김경호 롯데닷컴 대표다. 김 전무는 현 롯데닷컴의 전신 롯데인터넷백화점(1996년) 오픈 멤버로, 마케팅본부장과 영업본부장을 차례로 역임한 51세의 젊은 임원이다.

김경호 롯데쇼핑e커머스사업본부장. / 롯데쇼핑 제공
김경호 롯데쇼핑e커머스사업본부장. / 롯데쇼핑 제공
롯데쇼핑e커머스사업본부는 2019년 상반기 첫 결과물 ‘투게더 앱(Together App)’을 선보일 예정이다. 투게더 앱은 롯데쇼핑 유통 계열사 7곳을 한데 모은 ‘통합 앱’으로, 한 곳에서 로그인 후 나머지 계열사 앱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싱글사인온(SSO, Single Sign-On) 구조로 만들어진다.

이어 롯데쇼핑e커머스사업본부는 2020년 3월까지 통합 쇼핑 플랫폼 ‘롯데 원 앱(Lotte One App, 가칭)’을 구축한다. 투게더 앱의 강화판으로, 로그인 편의성에 첨단 ‘보이스커머스’ 기술이 더해진다.

./ 롯데닷컴 홈페이지
./ 롯데닷컴 홈페이지
롯데 원 앱 사용자는 백화점과 마트, 롭스 등 유통사를 자유로이 옮겨다니며 쇼핑할 수 있게 된다. 음성인식 및 대화형 상품 추천·구입 등 ICT 쇼핑 콘텐츠도 마련된다. 이 때 기존 롯데 7개 유통사 모바일 앱이 롯데 원 앱으로 일원화, 통합 운영된다.

◇ 인공지능에 승부수 던지는 롯데쇼핑…계열사간 조율 방안은 숙제로

롯데는 오프라인 유통에서는 강자이지만, 온라인에서는 후발 주자다. 계열사별로 각기 다른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만들어 스스로 경쟁력을 약화시켜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1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보이스커머스 및 인공지능 기술을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는 게 수뇌부의 판단이다.

2020년 3월까지 통합하는 롯데 원앱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챗봇, 상품 추천, 배송 최적화 등에서 확실하게 차별화하지 못한다면, 옥션과 지마켓, 네이버 쇼핑, 쿠팡, 위메프 등이 선점한 온라인 시장의 판을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쇼핑 채널별로 판이한 특화 상품, 가전제품이나 신선식품 등 계열사별 등 중복 상품을 통합 온라인 몰에서 어떻게 배분·담당할 지, 적립금의 일종인 롯데 엘포인트 정책 수립도 관건인데, 역시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

3800만명에 달하는 롯데멤버스 사용자의 구매 데이터, 롯데백화점과 롯데홈쇼핑이 각각 구축한 챗봇 ‘로사’와 ‘샬롯’도 롯데 원 앱의 완성도를 높일 기술로 주목 받는다.

롯데쇼핑e커머스 사업전략 및 비전 간담회에 참석한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 롯데쇼핑 제공
롯데쇼핑e커머스 사업전략 및 비전 간담회에 참석한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 롯데쇼핑 제공
하지만, 롯데쇼핑e커머스사업본부의 미래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먼저 별도 법인 및 대표 체제를 갖춘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과 e커머스사업본부간 업무 조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사업전략 및 비전 간담회를 열고 면세점을 포함한 8개 유통사를 e커머스사업본부에 포함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면세점은 빠졌다.

T 쇼핑몰의 한 관계자는 “7개 유통사가 모인 거대 조직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 아이템과 서비스를 어떻게 일원화할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면서 “아직도 임원들이 자리 싸움을 심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측은 “면세점은 유통 구조와 관세부과방식이 독특해 기존 유통사와 통합하기 어려웠다"면서 “면세점의 e커머스사업본부 편입은 추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매달 2200만명이 롯데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한다.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화 서비스를 연구·개발, 소비자 지향 e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