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는 비극적이거나 성관계나 폭력적인 내용으로 그려진 원작 동화를 손주부터 할아버지까지 온가족이 즐겨보는 명작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키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원작이 비극으로 이야기를 끝맺음 되거나 성(性)적 혹은 폭력적인 묘사로 어린이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작품이라 할지라도 디즈니의 손길을 거치면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작품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고전 동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디즈니 극장 애니메이션은 높은 매출로 영화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달성한 2013년작 ‘겨울왕국’의 경우 미국에서만 4억달러(4476억원), 전 세계 12억7648억달러(1조4283억원)의 극장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IT조선은 디즈니가 원작으로 어떻게 바꿔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었는지 디즈니 프린세스 애니메이션 작품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현대판 동화책 속 ‘잠자는 숲속의 공주(미녀)’는 공주 탄생 축하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마녀의 저주로 100년의 잠에 빠진 공주가 왕자의 키스로 잠에서 깨어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원작이라고 평가 받는 이탈리아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Giambattista Basile)의 1634년작 ‘해, 달, 그리고 탈리아(Sole, Luna, e Talia)’에는 인육을 즐기는 황태후가 왕과 공주 사이에 태어난 두 아들을 잡아 먹으려 했다는 끔찍한 내용이 담겨있다.

◇ 식인족 황태후에게 두 아들을 잃고 자신도 죽을 뻔 한 공주

1812년 출간된 그림동화 속 ‘장미 공주(Dornröschen)’는 현재 어린이가 보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동화 이야기의 발판이라 평가 받을 만큼 내용이 비슷하다. 하지만, 원작이라 평가 받는 ‘해, 달, 그리고 탈리아’의 경우 지금의 동화책에는 없는 공주와 왕자가 결혼한 뒤 궁중 생활 이야기를 담은 후일담이 기록돼 있다.

화가 ‘에드워드 프레드릭 뷰트넬’이 그린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일러스트. / 위키피디아 제공
화가 ‘에드워드 프레드릭 뷰트넬’이 그린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일러스트. / 위키피디아 제공
그림 형제와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가 정리한 동화 내용은 이렇다.

아이를 얻지 못해 고민에 빠진 왕과 왕비는 어렵게 여자아이를 얻게 된다. 기쁨에 넘친 왕과 왕비는 나라 안 마녀(그림동화 초판은 ‘요정’이며 페로의 버전은 ‘선녀’, 그림동화 5판부터 ‘마녀’)를 불러모아 공주가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파티를 연다.

나라 안 마녀는 모두 13명이 있었지만 접대에 필요한 금접시는 12개 밖에 없어, 13번째 마녀는 초대 받지 못하게 된다.

초대 받은 마녀들은 제각기 마법으로 ‘아름다움’과 ‘풍요로움’ 등을 공주에게 선물했다. 그때였다. 12번째 마녀가 공주에게 마법 선물을 하려던 찰나 초대 받지 못한 13번째 마녀가 나타나 “공주는 15살이되는 해 물레바늘에 찔려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라는 저주를 내리고 만다.

12번째 마녀는 마법으로 13번째 마녀가 내린 저주를 약화시킨다. 공주를 향한 저주는 죽음 대신 100년간의 잠에 빠져드는 것으로 바뀐다.

왕은 나라 안 모든 물레바늘을 없앨 것을 명령하지만, 성의 가장 높은 탑 속에 있는 물레바늘은 치우지 못한다. 공주는 성장해 15살을 맞이했다. 어느 날 공주는 성의 탑 속에 낡은 물레 하나와 노파를 발견하고 노파의 유혹으로 물레를 만진 공주는 바늘에 찔려 깊은 잠에 빠지고 만다. 노파는 공주에게 저주를 내린 13번째 마녀였던 것이다.

공주가 잠에 빠지자 성 안의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잠든다. 그림동화를 펴낸 그림 형제는 사람들이 함께 잠에 빠지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페로는 12번째 마녀(페로 판에서는 선녀)가 공주와 함께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도록 마법을 걸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렇게 100년이 흐르고 성과 마을은 장미덩굴에 뒤덮여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 됐다. 어느날 이웃 나라의 왕자가 장미덩굴에 덮인 성을 발견한다. 주변에 사는 노인에게 사정을 묻자 노인은 100년전 잠에 빠진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왕자는 공주의 모습을 보고싶은 일념하에 위험을 무릎쓰고 장미덩굴을 헤쳐나가 성으로 들어간다. 성에서 100년의 잠에 빠진 공주를 발견한 왕자는 공주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공주의 입에 키스한다.

눈을 뜬 공주는 왕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하고 공주와 함께 잠에 빠졌던 사람들 모두 깨어나 이들을 축복한다.

그림 형제는 동화 결말에서 공주와 왕자가 키스한다고 적었지만, 페로판 동화에는 ‘키스’는 온데간데 없다. 왕자가 공주를 만난 때가 마법이 풀리는 딱 100년이었던 것이다.

프랑스 화가 ‘구스파브 도르’가 그린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일러스트. / 위키피디아 제공
프랑스 화가 ‘구스파브 도르’가 그린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일러스트. / 위키피디아 제공
문제는 ‘후일담’이다. 이탈리아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와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가 책으로 남긴 잠자는 숲속의 공주 뒷 이야기는 왕자와 결혼한 공주의 궁중 이야기를 담았다.

충격적인 것은 왕이 된 왕자의 어머니 황태후는 인육을 즐기는 식인종족이었던 것이다. 선대 왕은 이 사실을 알았지만 황태후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했다.

왕자와 결혼한 공주는 ‘오로라(Aurore)’와 ‘쥬르(Jour)’ 두 명의 아들을 낳는다. 결혼 후 2년이 지나자 선대 왕이 죽고 왕자가 왕위에 오른다. 나라에 전쟁이 촉발하자 새 왕은 황태후에게 나랏일을 맡기고 전쟁터로 떠난다.

황태후는 아들인 왕이 전쟁터에 나가자 궁중 요리장에게 손자인 오로라와 쥬르를 죽여 요리를 만들어 오라고 명령한다.

어린 왕자를 불쌍히 여긴 요리장은 왕자 대신 어린양 고기로 요리를 해 황태후에게 바친다. 왕자의 고기라고 믿은 황태후는 그 요리를 먹고는 이번에는 왕비(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죽여서 먹고 싶다고 명령한다. 요리장은 왕비대신 사슴 고기로 요리를 만들어 황태후에게 내민다.

어느날 밤 두 어린 왕자의 소리를 들은 황태후는 왕자와 왕비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크게 화를 내고 뱀으로 가득찬 우리 속에 두 왕자와 왕비, 그리고 요리장과 그의 아내까지 집어 넣으라고 병사들에게 명령한다.


때마침 성으로 돌아온 왕은 이 광경에 놀라고 만다. 왕은 자신의 아들과 아내를 죽이려한 어머니이자 황태후를 뱀 우리에 던져버린다. 뱀 우리에 던져진 황태후는 뱀에게 물어뜯겨 죽음을 맞이한다.

황태후의 최후는 작가 및 버전에 따라 다르다. 페로는 자신의 아들인 왕에게 악행을 들통나 미쳐 자살한다고 적었고, 바실레는 분노에 찬 왕이 황태후를 불 속에 집어던져 태워 죽인다라고 정리했다.

◇ 차이콥스키 발레를 각색해 만든 디즈니판 ‘잠자는 숲속의 미녀’

월트디즈니가 1959년 대중에게 선보인 극장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당시로선 상당한 거액인 600만달러(67억원)를 투입해 만든 걸작이었다.

음악계에서 발레 음악 작곡가로서 차이콥스키에게 첫 성공의 영광을 안겨줬다고 평가 받는 동명의 발레 작품을 각색해 만든 이 애니메이션은 모션캡처가 없던 시절 영화 제작용 카메라로 찍은 배우의 움직임을 한장면 한장면 그림으로 옮기는 로토스코핑(RotoScoping) 기술로, 1950년대 애니메이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정교하고 섬세한 화면과 캐릭터 움직임을 구현해 낸 것이 특징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일러스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제공
디즈니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일러스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제공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 작품이지만 1959년 당시 흥행매출은 제작비를 밑도는 530만달러(59억원)를 기록했고, 월트디즈니는 적자로 큰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이후 작품이 재평가되면서 미국에서만 5160만달러(577억원)를 벌어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