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필두로 주요 낸드플래시 업체가 4비트 쿼드레벨셀(QLC)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술 상용화 속도전에 뛰어들었다. QLC 낸드플래시가 상용화되면 기존 트리플레벨셀(TLC) 제품과 같은 칩 크기에서 저장 용량을 33%나 늘릴 수 있어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컴퓨팅 용도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시장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전망이다.

때맞춰 평면 칩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성능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기술도 종전 4세대(64~72단)에서 5세대(90단 이상)로 본격 진입하면서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기업 시장을 아우르는 고성능·대용량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DD) 시대로의 진화를 예고한다.

삼성전자 4TB QLC SSD.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4TB QLC SSD. / 삼성전자 제공
7일 삼성전자는 칩 하나에 1테라비트(Tb) 용량을 구현한 QLC V낸드 기반의 소비자용 4테라바이트(TB) SSD를 업계 최초로 양산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QLC V낸드 기반 SSD 양산은 평택 캠퍼스에서 7월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연내 소비자용 QLC SSD 라인업으로 1·2·4TB 용량의 세 가지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에서 데이터가 저장되는 최소 단위를 셀(cell)이라고 한다. 낸드플래시 업계는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아내기 위해 하나의 셀에 기록할 수 있는 단위를 1비트(0·1) 싱글레벨셀(SLC)에서 2비트(00·01·10·11) 멀티레벨셀(MLC), 3비트(000·001·010·011·100·101·110·111) 트리플레벨셀(TLC)로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비트 수(n)에 따라 하나의 셀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 단위가 단계별로 2의 n승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4비트 QLC는 하나의 셀에 16가지로 구분되는 정보를 저장한다. TLC와 비교해 저장 밀도는 늘어나지만, 하나의 셀에서 구분해야 하는 정보의 가짓수가 2배로 늘어나면서 각 정보 단위당 전하량도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는 곧 전자를 더욱 세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2010년 30나노급 MLC 낸드 기반 SSD 양산에 이어 2년 만인 2012년 20나노급 TLC SSD를 선보였는데, 이후로는 셀을 수직으로 쌓는 3D 공정에 집중했다. 삼성전자가 TLC 이후 QLC 시대를 연 것은 6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5월에는 셀 적층 수를 기존 64단에서 96단으로 늘린 5세대 V낸드 양산도 시작했다. 삼성전자 5세대 V낸드는 기존 4세대 V낸드보다 초당 데이터 전송 속도는 1.4배 높이고, 생산성도 30% 높은 점이 특징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양산을 시작한 QLC SSD에 탑재된 V낸드는 기존 4세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최신 공정을 모두 적용한 5세대 V낸드 기반의 QLC SSD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인데, 양산 시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우선 4세대 V낸드 기반 QLC SSD를 소비자용 외에 기업용 라인업까지 확대한 후 5세대 QLC SSD를 양산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 후발 업체도 일제히 경쟁 가세…낸드 가격 하락세 축소 효과 불러올까

이 와중에 후발 업체는 기술 격차 줄이기에 총력을 다하는 중이다. 웨스턴디지털은 3일 도시바와 공동으로 96단 3D 낸드플래시 기반의 QLC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샘플 출하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웨스턴디지털이 발표한 96단 QLC 낸드플래시는 칩 하나에 1.33Tb로, 삼성전자가 양산하는 1Tb 64단 QLC V낸드보다 용량이 33% 크다. 반도체 업계는 통상 샘플 출하 이후 몇 개월이면 양산을 시작하는 만큼 웨스턴디지털이 연내 소비자용 제품에 96단 QLC 낸드플래시를 탑재해 선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마이크론과 인텔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64단 낸드플래시 기반 QLC SSD를 연내 상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96단 QLC SSD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상태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양산을 위해 연내 5세대 및 QLC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낸드플래시 업계가 96단과 QLC로 낸드플래시 공정을 일제히 고도화함에 따라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낸드플래시 평균 공급가격 반등을 이끌어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4세대 3D 낸드플래시 공정 전환에 따른 공급 제한으로 가격 방어에 문제가 없었으나, 올해 들어 공정 전환이 안정기에 접어들어 공급이 빠르게 늘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반도체 업계의 신규 공정 확대로 내년부터는 낸드플래시 평균 공급가격 하락폭이 축소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