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페이스북 메신저’ 암호화를 해제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다.

로이터는 18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법무부가 범죄 용의자의 통화 내용을 감청하기 위해 페이스북에메신저의 암호를 풀 것을 요구했다. 페이스북은 미 법무부의 요구에 이의를 제기했고, 미국 정부는 페이스북을 법정 모독죄로 고발한 상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갈무리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갈무리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메신저의 음성 통화는 종단 간 암호화돼 있다"며 "감청을 위해서는 모든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자의 코드를 다시 작성해 암호를 풀거나 특정 용의자의 계정을 해킹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종단 간 암호는 연락하는 당사자들끼리만 대화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로, 플랫폼 제공자에게는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

시장 일각에선 미 정부가 페이스북 메신저의 통화 내용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경우, '시그널'이나 '왓츠앱' 등 다른 메신저 회사에도 사용자 정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친다. 왓츠앱은 페이스북 자회사로 전 세계 1위 모바일 메신저다.

2016년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애플에 2015년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에서 14명을 총기로 살해한 범인이 사용하던 아이폰의 잠금 해제를 요청하면서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FBI는 애플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애플에 FBI과 협조하라고 명령했으나, 애플이 이의를 제기했다.

애플은 언론·종교·집회의 자유를 정하는 미국의 수정 헌법 제1조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아이폰 잠금을 해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FBI와 애플 간의 법정 공방은 FBI가 애플의 도움 없이 아이폰 잠금 해제에 성공하면서 일단락됐다.

페이스북은 FBI와 애플의 갈등이 불거진 뒤 메시지 보안 수준을 최고 수준으로 올린 종단 간 암호화를 도입했다.

페이스북 메신저 관계자는 로이터에 "샌버너디노 때는 FBI가 특정 용의자 한 명의 아이폰 해제를 요구했던 것과 달리, 이번 페이스북 메신저 암호 해제 요구는 검찰관들이 실시간으로 음성 통화를 감청하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