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는 비극적이거나 성관계나 폭력적인 내용으로 그려진 원작 동화를 손주부터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즐겨보는 명작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키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원작이 비극으로 이야기를 끝맺음 되거나 성(性)적 혹은 폭력적인 묘사로 어린이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작품이라 할지라도 디즈니의 손길을 거치면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작품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고전 동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디즈니 극장 애니메이션은 높은 매출로 영화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달성한 2013년작 ‘겨울왕국’의 경우 미국에서만 4억달러(4476억원), 전 세계 12억7648억달러(1조4283억원)의 극장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IT조선은 디즈니가 원작으로 어떻게 바꿔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었는지 디즈니 프린세스 애니메이션 작품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그림 형제가 1812년 세상에 내놓은 두 권의 동화책에는 모두 156편의 민화를 바탕으로 정리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림 형제는 살아생전 자신들의 동화책을 모두 일곱 번에 걸쳐 리뉴얼했으며, 1857년 출간된 그림동화 7판에는 총 200편에 달하는 이야기를 수록했다.

1812년 초판에 게재됐지만 이후 버전에서 삭제된 이야기는 30편에 달한다. 동화가 지나치게 잔혹하거나 독자에게 혹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동화는 초판에 있다 사라진 ‘어린이가 도살놀이 한 이야기(Wie Kinder Schlachtens miteinander gespielt haben)’ 두 편이다.

어린이가 도살놀이 한 이야기를 나타내는 일러스트. / 파워 오브 바벨 갈무리
어린이가 도살놀이 한 이야기를 나타내는 일러스트. / 파워 오브 바벨 갈무리
◇ 살인죄 ‘어린이’ 평결 다룬 ‘어린이가 도살놀이 한 이야기’

어린이의 도살놀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화 무대는 네덜란드의 북해 연안 지방인 프리슬란트 프라네커 마을이다.

어느 날 마을의 어린이들은 돼지 도살장 놀이를 한다. 어떤 어린이는 도살장의 백정을, 또 다른 어린이는 도살장에 끌려온 돼지 역을 맡는다. 백정역을 맡은 어린이는 돼지 역을 맡은 어린이의 목을 나이프로 찔러 살해한다. 마을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살인을 저지른 어린이의 처우에 대해 논의한다. 일부 마을 주민은 살인사건인 만큼 어린이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피의자가 어린이라는 점을 들어 사형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 때 마을의 장로 중 한 명은 빨갛게 잘 익은 사과와 값비싼 금화를 양 손에 각각 올리고 나온다. 그는 사과와 금화 중 피의자인 어린이가 무엇을 선택하는지 살핀 후 사형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한다. 어린이가 금화를 선택한다는 것은 충분한 재화에 대한 가치판단 능력이 있는 것이어서 살인죄를 적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어린이는 재판장에서 당연한듯 ‘사과’를 선택하고 결국 무죄를 선고받는다.

어린이가 도살놀이 한 이야기 일러스트. / 후겐두벨 갈무리
어린이가 도살놀이 한 이야기 일러스트. / 후겐두벨 갈무리
◇ 일가족 ‘풍비박산’난 내용 담은 ‘어린이가 도살놀이 한 이야기’

그림 동화 초판에는 가정이 파탄나는 내용을 담은 또 다른 ‘어린이가 도살놀이 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마을에 세 명의 형제와 부모가 오손도손 살았다. 어느 날 큰 아이는 아버지가 돼지를 잡는 장면을 봤는데, 이후 둘째에게 도살 놀이를 하자고 제안한다. 형의 제안을 받아들인 동생은 돼지 역할을 하고, 형은 백정역을 맡았다. 형은 진짜 칼로 돼지를 죽이듯 동생의 목을 찔러 그 자리에서 즉사시킨다.

아직 아기였던 셋째를 목욕시키고 있던 어머니는 둘째 아들의 비명을 듣고 달려왔지만, 아들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사리판별이 안 된 엄마는 격분해 둘째 아들의 목을 찌른 칼을 빼 장남의 심장에 꽂는다. 첫째 아들 역시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목욕통에 들어있던 셋째마저 엄마가 눈을 땐 사이 욕조에 빠진 상태로 질식해 죽는다. 단숨에 아들 셋을 잃은 어머니는 너무 슬픈 나머지 목을 매 자살한다.

밭일에서 돌아온 아버지의 죽은 세 아들과 목을 맨 부인을 본 후 큰 충격을 받고, 얼마 가지 않아 끝내 죽고 만다. 어린이의 놀이가 한 가정을 파탄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