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㊱80년대 만화 패러디 결정체 '프로젝트 에이꼬'

김형원 기자
입력 2018.09.08 09:49 수정 2018.09.08 12:32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주인공의 아빠가 ‘슈퍼맨’이고 엄마가 ‘원더우먼’인 극장 애니메이션이 있다. 미국에서 만들었을 것만 같은 이 캐릭터는 사실 1980년대 일본에서 탄생했다.

프로젝트A꼬 포스터 이미지. / 야후재팬 갈무리
슈퍼맨과 원더우먼가 부모이고, 마징가(마신·魔神) 시리즈의 슈퍼로봇을 선조로 둔 박력의 주인공은 여학생 ‘마가미 에이꼬(摩神英子)’가 활약하는 ‘프로젝트 에이꼬(プロジェクトA子)’다. 이 애니메이션은 처음 등장한 후 32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3040세대 애니메이션 마니아의 입에 오르내리는 등 SF 패러디·개그물의 대명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젝트 에이꼬의 무대는 2000년대 도쿄다. 이 도시는 16년전 떨어진 운석 때문에 파괴됐고, 그 영향으로 도시 한복판이 바닷물로 채워졌다. 작품 속 인류는 대형 우주선을 만들어 다른 행성을 탐사할 만큼 높은 과학기술력을 갖췄다.

프로젝트 에이꼬의 핵심 인물은 주인공 에이꼬(A子)와 어린시절 에이꼬에게 혼쭐이 난 후 복수를 결심한 부잣집 아가씨 비꼬(B子), 에이꼬의 절친인 ‘씨꼬(C子)’ 등 세 명의 여학생이다.

A꼬와 B꼬의 격투 장면. / 야후재팬 갈무리
A꼬는 범상치 않은 양친을 둔 영향으로 슈퍼히어로급 초능력을 갖췄고, B꼬는 어마어마한 재력과 뛰어난 두뇌, 아름다운 미모를 갖췄다. C꼬는 초딩 같은 사고 방식을 가진 밝고 귀여운 소녀지만, 사실 외계 행성의 공주다. B꼬가 A꼬를 싫어하게 된 까닭은 C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다.

맨 몸으로 전투기에 올라 타는 것쯤은 A꼬에게 쉬운 일이다. / 유튜브 갈무리
프로젝트 에이꼬가 1980년대 개그·패러디물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애니메이션 속에 1970~1980년대를 대표하는 인기 만화·애니메이션이 압축돼 있기 때문이다.

북두의권 주인공 켄시로에 여학생 교복을 입힌 듯한 모습의 ‘마리’. / 야후재팬 갈무리
B꼬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여학생(?) ‘마리’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만화 ‘북두의권’ 주인공 켄시로에 여학생 교복을 입힌 듯한 모습이다. 마리의 격투 기술은 북두신권과 판박이 수준으로 닮았고, ‘너는 이미 죽어있다’, ‘너는 몇 초 후 펑이다’ 등 북두의권에 나오는 명대사를 사정없이 뱉어내는 인물이다.

마리와 A꼬의 대결 장면. / 야후재팬 갈무리
1986년 6월 일본에서 상영된 프로젝트 에이꼬의 첫 작품 보스는 명작 은하철도999와 캡틴하록에 등장했던 ‘하록선장’을 본 따 만든 ‘캡틴(나포리포리타)’이다. 이 캐릭터가 하록선장과 다른 점은 성별이 ‘여자’라는 점이다. 캡틴이 타고 온 초대형 우주선의 앞 부분은 하록선장의 우주선 ‘아르카디아’호와 닮았다.

A·B·C꼬의 담임 선생님은 ‘크리미마미’와 판박이 수준이다. / 야후재팬 갈무리
A·B·C꼬 세 명의 주인공이 다니는 그라비톤 학원의 담임 선생님 ‘아미’는 1983년 TV를 통해 방송된 마법소녀 애니메이션 ‘마법의 천사 크리미마미’ 주인공이 변신한 모습을 닮았다. 화가 나면 머리카락이 위로 솓구치는 모습도 크리미마미와 같다.

◇ 다채로운 변신 로봇 등장하는 프로젝트A꼬 시리즈

프로젝트 에이꼬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1980년대 애니메이션 업계를 꽃 피운 ‘변신·합체 로봇’이다. 작품 속 로봇은 주로 B꼬가 제작하며 그가 만든 결정판 로봇은 시리즈 2탄에 등장한다. B꼬가 설계해 그녀의 아버지이자 다이도쿠지 재벌 총수인 ‘히카리’가 완성시킨 거대 3단 변신·합체 로봇 ‘퀸 마르가리타’는 1980년대 로봇 애니메이션의 특징과 화면 연출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A꼬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3탄 ‘신데렐라 랩소디’에서는 2탄에서 B꼬 아버지의 만행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지키기 위해 ‘마을 경비대’가 창설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변신·합체 로봇이 도시 지하에서 출격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프로젝트A꼬3에는 일러스트 뒷 편에 보이는 변신·합체 로봇이 등장한다. / 야후재팬 갈무리
시리즈 완결편인 4탄 ‘파이널’에서는 A꼬의 모습을 본딴 슈퍼로봇이 등장해 로봇 마니아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 19금 성인 애니 ‘크림레몬’ 시리즈로 기획됐던 프로젝트A꼬

영화 ‘프로젝트 에이꼬’ 시리즈는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애니메이션 제작사 소에이신샤(創映新社)가 제작했다. 이 회사가 만든 저작물은 현재 AMG엔터테인먼트가 소유하고 있다.

감독은 ‘나지카 전격작전’, ‘아이카’, ‘불꽃 전교생’ 등을 만든 니시지마 카츠히코(西島克彦)가 맡았고, 작화 감독은 ‘은하철도999’, ‘마크로스 플러스’, ‘블리치 극장판’ 등에 참여했던 모리야마 유우지(森山雄治)가 맡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니시지마와 모리야마는 별도의 시나리오 작가 없이 스토리와 배경을 설정한 뒤 극장판 프로젝트 에이꼬를 만들었다.

성인용 애니메이션 ‘크림레몬’ 아미 시리즈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프로젝트 에이꼬는 사실 명작이라는 칭송을 받는 19금(일본은 18금) 성인 애니메이션 ‘크림레몬’의 한 시리즈로 기획됐다. 이 영향으로 프로젝트 에이꼬 3편에는 도시의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 주인공이 영화관에서 성인영화를 보다 중요한 장면이 커트되는 장면이 나온다. 1986년 출간된 소설판 프로젝트 에이꼬에서는 ‘크림레몬’ 시리즈로 기획 됐던 당시의 진한 19금 설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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