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對日) 청구권 자금’을 종잣돈으로 설립된 포스코가 2018년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73년 처음 쇳물(조강)을 쏟아낸 포스코는 조선, 자동차 등 후방산업의 성장에 기여하며 한국 산업화의 역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된 이후에도 회장 대부분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글로벌 무역전쟁 등 철강업계 전반을 둘러싼 외부 환경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과제다. 권오준 전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 이후 후임을 맡은 최정우 회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IT조선은 이제 막 출항을 시작한 ‘최정우호’가 전임 회장과 어떤 차이를 보여주고, 당면 과제를 해결해나갈지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편집자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방북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평양땅을 밟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이 경제사절단에 참여하게 되면, 문재인 정부와의 불화 우려를 해소할 수 있고 남북 경협(경제협력) 사업에 뛰어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10일 청와대는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경제인을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주요 기업을 직접 초청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포스코는 청와대의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 포스코 제공
최정우 포스코 회장. / 포스코 제공
◇ 정부 기조 발맞추는 포스코, 대북사업 TF 구성

포스코는 남북경협을 가장 기대하는 기업 중 하나다. 최 회장은 7월 27일 회장 취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포스코가 남북경협의 가장 큰 실수요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하면 북한 지하자원 수입, 사회기반 시설 개발, 사회간접자본 사업 등 포스코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북한이 제철소 인프라를 구축하고 철강 산업에 투자하는데 (포스코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남북경협 사업을 위한 별도의 태스크포스(TF)도 가동 중이다. 최 회장은 8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스틸코리아 행사장에서 "그룹의 각 계열사와 관계사를 모아 남북 경협 관련 TF를 이미 구성했다"고 말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대북사업 TF에는 포스코대우·포스코건설·포스코켐텍 등 주요 그룹사가 참여했다. 팀장은 전무급 임원이 맡았으며, 그룹사의 핵심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현재 경협 기여가 가능한 사업 참여를 중심으로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권오준 전 회장, 文 경제사절단 번번이 고배…명예회복 노리는 최정우

포스코는 과거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서 잇따라 제외되며 재계 6위(자산 규모 기준)라는 이름에 맞지 않는 대우를 받는 등 자존심을 구겼다.

전임 권오준 회장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번번이 해외순방 명단에서 제외됐다. 문 정부와 불화가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권 회장은 2017년 6월 문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 때 경제사절단에서 배제됐고, 11월 인도네시아 순방 당시 경제사절단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후 권 회장은 2017년 12월 열린 한중정상회담 당시 방중 경제사절단에는 참석 신청도 하지 않았다. 이 자리는 결국 권 회장 대신 오인환 사장이 참석했다.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잇따른 명단 제외 이유가 청와대발 ‘수장 교체 신호’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코가 권 회장에게 미칠 직접적 파장을 우려해 중국 경제사절단에 다른 임원을 보내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이 18일 방북 경제사절단 명단에 포함된다면 전임 회장이 당했던 ‘포스코 패싱’을 끝내고 문 정부와 보조를 맞춰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제외된다면 취임 50일밖에 되지 않은 최 회장의 리더십에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남북경협 사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고, 최근 45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부 기조에 발 맞추는 모습을 보인다"며 "포스코가 방북 명단에 포함되면서 현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