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참석차 평양으로 떠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최 회장의 이번 방북은 그동안 정부와 포스코의 불화 우려를 말끔히 해소할 ‘허니문’으로 평가받는다. 또 포스코가 남북경협의 핵심 실수요자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로도 인식된다.

최 회장은 18일부터 2박 3일간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에 나섰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7월 27일 취임 당일 포항제철소 2고로 현장을 방문해 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 포스코 제공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7월 27일 취임 당일 포항제철소 2고로 현장을 방문해 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 포스코 제공
◇ 최정우호, 취임 50일 ‘지극정성’…‘문심(文心)’ 잡기 성공

7월 27일 출범한 포스코 ‘최정우호’와 문재인 정부 사이에는 그동안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전임 권오준 회장은 2017년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잇따라 제외되며 재계 6위(자산 규모 기준) 최고경영자(CEO)로서 자존심을 구겼다. 뒤를 이은 최 회장은 이 같은 불편한 관계를 해소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껴야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정부 기조와 맞춘 지극정성 행보로 ‘문심(文心)’을 잡는 데 성공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회장 취임 당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포스코가 남북경협의 가장 큰 실수요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경협 사업을 추진하면 북한 지하자원 수입, 사회기반 시설 개발, 사회간접자본 사업 등 포스코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8월에는 그룹 내 대북사업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며 남북경협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TF는 북한 자원개발과 인프라 구축, 제철소 재건 등 사업 구상에 상당 부분 진척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사업 TF에는 포스코대우·포스코건설·포스코켐텍 등 주요 그룹사가 참여했다. 팀장은 전무급 임원이 맡았으며, 그룹사의 핵심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3일에는 향후 5년간 45조원 투자 및 2만명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정부 요청에 화답하기 위한 최 회장의 파격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 ‘산넘어 산’ 남북경협…‘일희일비’ 없는 포스코

포스코 내부에서는 CEO의 평양행을 두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 등 남북경협을 시행하기 앞서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물꼬를 튼 사업이 엎어졌던 과거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포스코켐텍은 북한 단천지역에 마그네사이트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포스코켐텍은 마그네사이트 매장량과 성분 조사, 가공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이 직접 방북까지 할 정도로 사업에 적극적이었다.

포스코는 2013년에도 현대상선, 코레일과 컨소시엄을 꾸려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나진항 제3부두에서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까지 철도 54㎞를 개·보수하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두 사업은 모두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며 무산됐다.

최 회장은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포스코 사옥 출근길에서 기자와 만나 방북과 관련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방북 소감 및 계획에 대해 "(북한에 가서) 잘보고 오겠다"며 "우리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남북경협과 관련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TF를 만들 만큼 대북사업에 적극 나선 모양새지만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이 같은 구상도 의미를 잃는다는 판단에서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의 방북은 향후 포스코의 남북경협 사업에 추진 동력을 마련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며 "포스코는 대북 제재 해제 이후 언제든 경협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정부는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하루 전날인 17일(현지시각) 유엔 대북제재 집행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등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