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하면, 두나무 싱가포르 법인의 두나무의 지분율은 0%입니다. 대신 (현지 사업자와의) 계약으로 문제를 풀 수 밖에 없었습니다."

9월 13일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 2018(Upbit Developer Conference 2018·UDC 2018) 현장.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 이석우 대표(사진)가 다소 긴장된 얼굴로 프레스룸에 들어왔다.

그는 비보도를 전제로 "두나무의 업비트가 싱가포르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공식 자료는 다음 주에나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제서야 기자들은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이날 UDC 기조연설에서 동남아 시장을 크게 강조한 이유를 알았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전세계 ICO (암호화폐 공개)의 허브로 떠오르고 태국 중앙은행이 암호화폐 친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동남아 벨트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 "3년 후 블록체인 대중화...동남아 시장을 주목하라"

두나무는 행사가 끝나고 닷새가 지난 9월 19일 "싱가포르에 암호화폐 거래소를 열기로 했다"고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업비트는 이미 지난 2월 ‘업비트 싱가포르’를 설립했고 9월에는 카카오 인도네시아 법인장 출신인 김국현씨를 두나무 싱가포르 법인장으로 내정해둔 상태였다. 그는 이석우 대표와 카카오에서 함께 일한 경력이 있고 카카오에서 동남아 사업을 맡으면서 6년 간 현장을 누볐다.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올해 1월)에 두나무에 합류했다.

두나무가 해외 진출 전략 공개를 두고 조심스러웠던 행보를 보인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두나무 해외 진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송금이었다. 해외 송금 길이 막히면서 해외 법인에 투자도 어려워졌다. 두나무가 싱가포르에 진출하는 데, 현지법인의 두나무 지분율이 현재 기준으로 0%인 이유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자본금을 보내면, 해외 법인 설립이 쉬운 데 다른 방법을 찾다보니, (해외 진출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많은 허들(장애물)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은행 송금을 막는 경우는 출처불명의 검은 돈이 해외를 통해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자금세탁방지법) 아니냐"면서 "우리는 익명도 아닌데, 비즈니스 하기 위해 송금을 허락해달라고 (은행에) 요청해도 송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블록체인 기업의 ‘블'자만 들어있어도 질색하는 게 현재 한국 시중 은행의 분위기다.
블록체인의 '블'만 말해도, 블랙리스트 취급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이 해외 진출한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두나무는 한차례의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고 이 대표와 송치형 의장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청와대, 법무부, 금융감독원의 부정적인 기조 아래 검찰도 보조를 맞춘 것이다.

"하지만, 기회가 오고 있는 데, 두 눈을 뜨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서비스부터 오픈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쳐버립니다. 일단 오픈부터 해놓고 제가 삭발을 하든지....해야죠."

이 대표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다소 떨렸고, 그래도 결론(해외 진출)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듯 단호했다.

두나무는 해외 송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외 법인을 운영할 방법을 찾았지만, 상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추후에 공개하겠다"고만 했다. 아마도 싱가포르 현지 사업자와 손을 잡고 업비트 거래 시스템의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형태인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는 자본금을 보낼 수 없지만, 향후 가능해질 경우 현지 법인의 지분을 취득한다는 내용을 현지 사업자와의 계약서에도 명기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태생적으로 ‘글로벌(전 세계인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입니다. 지금 진출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는 없을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그리고 9월 18일 공식 보도 자료에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국내에도 규제가 만들어져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살려나가길 희망한다."

암호화폐에 대한 가이드라인(규제)이 없고 법무당국과 금융당국의 "불법화하겠다"는 엄포만 살아있는 한국의 규제 공백 상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