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정의한 지포스 RTX 20시리즈는 게이머들이 바라던 ‘4K 게임 정복자’가 아니었다. 성능이 그에 못 미친다는 의미가 아니라, 처음부터 지향하는 목표 자체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20시리즈의 정식 판매를 하루 앞둔 19일, 롯데월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신제품의 주요 특징과 기능 등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이같이 말했다.

발표 자체는 이전 독일 게임스컴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진행했던 공식 발표 키노트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엔비디아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번 지포스 RTX 20시리즈의 의미와 지향하는 목적 등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시리즈 ‘파운더스 에디션’ 제품들. / 최용석 기자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시리즈 ‘파운더스 에디션’ 제품들. / 최용석 기자
엔비디아가 강조한 RTX 기술은 기존의 GPU 기술에 인공지능 개발에도 사용하는 ‘텐서 코어’와 레이트레이싱(광원 처리)을 가속하기 위한 ‘RT 코어’를 더함으로써 영화에서나 봄 직한 사실적이고 진짜 같은 광원 처리 효과를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레이트레이싱은 단순히 빛과 그림자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광원과 주변 매질에 따라 달라지는 반사광까지 하나하나 고려해 더욱 사실적인 광원 효과를 구현하는 것이 목적인 기술이다. 그만큼 고성능의 컴퓨팅 성능이 요구되는 기술이다 보니, 기존에는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려면 적어도 한 대에 수 천만 원에 달하는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이 필요했다.

즉, 지포스 RTX 20시리즈의 진짜 의미는 수천 만원짜리 시스템으로나 구현할 수 있던 실시간 광원 처리 기술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백 만원짜리 그래픽카드 하나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텐서 코터와 RT 코어가 추가된 ‘튜링’ 아키텍처는 처음부터 ‘실시간 레이트레이싱’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라는 것이 엔비디아의 설명이다. / 엔비디아 제공
인공지능 텐서 코터와 RT 코어가 추가된 ‘튜링’ 아키텍처는 처음부터 ‘실시간 레이트레이싱’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라는 것이 엔비디아의 설명이다. / 엔비디아 제공
처음 공개 때부터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기술인 ‘RTX 기술’만 누누히 강조하고, 일반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던 일반적인 성능이나 기능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던 것도 이번 신제품이 단지 ‘성능 좋은 그래픽카드’로 취급받지 않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소통의 부재로 인해 그러한 엔비디아의 의도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에는 "어느 정도 각오했던 결과"라는 답이 돌아왔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 도입의 초창기에는 어느 정도 반발과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차세대 레이트레이싱 기술의 확대와 보편화를 위해 엔비디아가 일종의 총대를 멘 셈이다"고 말했다.

최근 3D 그래픽 업계에서는 영상 콘텐츠의 ‘화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레이트레이싱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윈도 운영체제로 잘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3월 개발자들의 편의를 위해 자사의 멀티미디어 API인 ‘다이렉트 X’에 레이트레이싱 개념을 더한 ‘DXR(DirectX Raytracing)’을 발표했다. 고급 그래픽 하드웨어 기술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인 만큼 이번 지포스 RTX 20시리즈는 업계의 트렌드가 좀 더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용덕 엔비디아 코리아 지사장. / 최용석 기자
이용덕 엔비디아 코리아 지사장. / 최용석 기자
기존 세대 제품들보다 껑충 뛴 가격과, 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튜링’ 아키텍처 기반 지포스 RTX 2080 Ti는 물리적으로도 기존 ‘파스칼’ 기반 ‘지포스 GTX 1080 Ti’에 비해 약 50% 더 많은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어 GPU 칩 자체의 크기가 커진 데다, 전문가용 인공지능 연구에도 쓰이는 텐서 코어, RT 코어 등의 비싼 기술이 적용되면서 생산 원가 자체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행사장서 만난 이용덕 엔비디아 코리아 지사장은 "그래픽 하드웨어 분야를 선도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앞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지포스 RTX 20시리즈는 단순한 게임용 그래픽카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봐주길 원한다"며 "2019년부터는 게임을 비롯해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지원하는 콘텐츠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화질’에 대해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전망이다. 그 첫 테이프를 끊었다는 점에서 지포스 RTX 20시리즈는 더욱 의미 있는 제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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