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17년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작으로 선보인 ‘아이폰텐(X)’에 힘입어 사상 최대 매출 실적을 거두면서 특유의 ‘고가 전략'을 당분간 고수할 전망이다.

전자 업계는 애플이 올해 신제품 아이폰을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델로 구분하면서 각각 ‘중가폰’과 ‘고가폰'을 표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고가폰'과 ‘초고가폰'만 있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9월 12일(현지시각) 열린 애플 신제품 발표회에서 소개된 새로운 아이폰 가격 정책. / 애플 라이브 중계 갈무리.
9월 12일(현지시각) 열린 애플 신제품 발표회에서 소개된 새로운 아이폰 가격 정책. / 애플 라이브 중계 갈무리.
2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2018년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나머지 모든 제조사 이익을 합친 것보다 많은 이익을 거뒀다. 애플은 이 기간 동안 300억달러(34조원) 어치의 아이폰을 팔아 60억달러(6조7000억원)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전체 이익의 62%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몫은 전체의 17%였다. 애플에 비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지만, 박리다매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국 제조사에 비하면 삼성전자는 그나마 선방한 편이다. 2분기 스마트폰 시장 전체 이익에서 화웨이의 비중은 8%에 그쳤고, 오포(5%)·비보(4%)·샤오미(3%) 순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이익을 독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가 정책이 있다. 가격대별로 보면, 애플은 800달러(89만6600원) 이상 초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88%의 이익을 독식했다. 반면, 600~799달러(67만2500원~89만5500원)대를 보면 애플(44%)과 삼성전자(41%)의 차이가 크지 않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군의 입지가 줄어든 대신 중저가 제품군이 빈자리를 메우는 추세다. 애플 역시 전반적인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나, 판매량 감소분을 평균판매가격(ASP) 인상으로 메웠다.

ASP 인상을 이끈 대표주자는 아이폰 1000달러(112만원) 시대를 연 아이폰X이다. 사실 아이폰X은 불티나게 팔린 제품은 아니다. 아이폰X은 10개월 동안 6300만대 팔렸는데, 이는 2014년 출시된 아이폰6가 6개월 만에 달성한 판매량이다. 아이폰6는 이후 4개월 동안 3000만대 더 팔렸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X의 높은 ASP 덕에 아이폰6보다 3000만대 덜 팔고도 비슷한 매출을 기록했다. 아이폰X은 출시 후 10개월간 620억달러(69조6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적게 팔고 많이 남겼으니 장사꾼 입장에서는 수완이 좋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애플은 매년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최고급 모델의 가격을 전작보다 100달러(11만2100원)쯤 인상하는 전략을 펼쳤다. 대신 구형 아이폰의 가격을 100달러씩 인하하며 생색을 냈다. 하지만, 아이폰의 ASP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6년 아이폰 ASP는 628달러(70만4000원)였으나, 아이폰X이 등장한 2017년에는 728달러(81만6100원)으로 뛰었다.

최근 애플이 발표한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 아이폰XR의 가격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애플은 아이폰XR을 합리적인 가격대의 아이폰으로 내세웠지만, 아이폰XR의 가격은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8보다 비싸고, 아이폰8플러스보다는 저렴한 수준이다. 가장 비싼 아이폰XS맥스 512GB 모델의 가격은 무려 1449달러(162만4500원)에 이른다. 결국, 애플의 투트랙 전략이란 고가와 초고가인 셈이다.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는 "애플이 또 가격 인상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들고 나왔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 전략은 통할 것이다"라며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애플의 장기적인 성장을 보장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