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파괴] ⑫사후세계 미화의 결정판 '저승사자와 거위지기'…브레멘음악대에 자리 내줘

김형원 기자
입력 2018.09.22 06:00
그림동화 속에서도 유명한 브레맨 음악대는 1812년 출간된 그림동화 초판에 없던 이야기다. 브레맨 음악대 이야기가 있는 자리에는 원래 거위지기가 새로운 세상의 왕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저승사자와 거위지기(Der Tod und der Gänsehirt)’ 이야기가 있었다.

그림동화 이야기 ‘브레맨 음악대’는 인간에게 버려지거나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서로 손잡고 행복을 찾아나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이야기는 160개 언어로 전 세계에 소개됐고, 이야기 속 동물의 종착지인 독일 브레맨의 구시가지에는 개·고양이·닭·당나귀 동상이 상징물처럼 자리잡고 있다.

영국 화가 조지 크룩샤크가 1823년에 그린 브레맨 음악대 일러스트. / 위키피디아 제공
◇ 브레맨 음악대 원판이라 평가받는 ‘저승사자와 거위지기’

1812년 그림동화 초판에 실렸다 제2판에서 브레맨 음악대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라진 ‘저승사자와 거위지기’는 ‘죽음’과 ‘사후(死後) 세상’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옛날 어느 곳에 가난한 거위지기가 살았다. 어느 날 거위지기는 강가를 걷다 저승사자를 만났다. 거위지기는 저승사자에게 강 너머에 무엇이 있냐고 묻고, 저승사자는 이곳과 다른 세상이 있다고 말한다. 저승사자는 거위지기에게 "죽은 인간은 저승사자의 손에 이끌려 이곳 강까지 오게 되고, 이후 혼자 힘으로 헤엄쳐 강을 건너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살이가 버거웠던 거위지기는 저승사자에게 자신을 강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거위지기는 강을 건널 때가 안됐다고 거절하고, 자신은 다른 일이 있으니 조금 기다리라고 말한다.

저승사자는 한 구두쇠 부자를 강변으로 끌고 왔다. 부자는 강을 헤엄쳐 건너가지만, 도중에 힘이 빠져 강 속에 가라앉는다. 부자가 데려온 개와 고양이도 부자의 뒤를 따라 강 속으로 가라앉았다.

저승사자는 거위지기 앞에 나타나 이제 때가 됐다고 전했다. 거위지기는 강을 헤엄쳐 무사히 반대편으로 건너간다. 그를 따르던 흰색의 거위도 거위지기의 뒤를 따라 강을 건너며, 강 너머에 도착한 거위는 양으로 모습이 변한다.

저승사자는 양지기가 강 너머 세상의 임금이라고 말한다. 저승사자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몰려와 거위지기에게 왕관을 씌우며 반갑게 맞이한다. 거위지기는 저승사자가 안내한 강 너머 세상에서 가난한 거위지기가 아닌 임금으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거위지기 동상. / 겔하임 갈무리
그림동화에서 삭제된 ‘저승사자와 거위지기’가 브레맨 음악대와 같은 점은 이야기 속 주인공이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과 새로운 세상을 갈망한다는 점이다. 보통의 그림동화 이야기는 잔혹한 스토리로 유명한데, 저승사자와 거위지기 이야기는 그나마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강건너에서 임금으로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문제는 이 세계는 죽은 이들이 살아가는 망자의 세계다. 현대 작가들은 저승사자와 거위지기 이야기가 그림동화책에서 사라진 이유로 아이들에게 자칫 사후세계에 대한 잘못된 동경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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