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 추석 연휴지만 4대그룹 총수에게는 연휴가 연휴 같지 않다. 4대그룹 중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제외한 총수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정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석해 20일 귀국했다. 곧바로 연휴를 맞은 이들은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자택에서 산적한 그룹 현안과 향후 경영 구상에 몰두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 IT조선 DB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 IT조선 DB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추석 연휴에 별다른 외부 일정 없이 한남동 자택에서 인공지능(AI), 전장부품 등 미래사업 전략을 구상하는 데 시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10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을 방문해 미래 기술경쟁력을 점검한 바 있다. 종합기술원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기술을 담당하는 곳으로 인공지능(AI)과 차량 전장부품,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 기술을 선행 연구한다. 이 부회장은 사업화가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혁신에 대해 집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은 승진 후 첫 행보로 방북 일정 대신 미국행을 택했다. 그룹이 처한 최대 현안인 미국 관세 폭탄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현재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는 18~19일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을 만난 데 이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했다. 정 부회장은 추석 연휴 중 귀국해 향후 미국 통상문제 해법에 골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 회장은 연휴 기간 대북사업 방향과 함께 ‘딥체인지’ 실천 방안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방북 후 돌아와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며 "여러가지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직 백지 같은 상황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시간을 두고 차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SK는 매년 10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한자리에 모여 한해 결산 및 내년 경영을 준비하는 차원의 세미나를 연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래 경영계획 수립을 위한 메시지를 매번 제시했던 만큼 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방북 일정으로 본격적인 대외행보를 시작한 구광모 LG 회장은 연휴에 휴식을 취하면서 경영 현안을 챙기고, 미래사업 구상에 전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로봇 등 사업을 육성하는 등 R&D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LG의 융복합 R&D 클러스터인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